‘상류사회’ 성준이 사랑보다 현실을 택하는 ‘남자 신데렐라’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진짜 사랑에 빠진 후,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아 유이를 더욱 화나게 만든 성준의 짠한 ‘순애보’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성준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재벌의 딸 장윤하(유이 분)를 이용해 성공을 꿈꿨다가 진짜 사랑에 빠진 최준기를 연기하고 있다. 준기는 흔히 말하는 개천의 용이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해 윤하와 엮이려고 노력했다. 결국 두 사람은 진짜 사랑하는 사이가 됐지만, 준기의 불순한 의도를 윤하가 뒤늦게 알게 되면서 파경에 이르렀다.
지난 13일 방송된 11회는 윤하가 준기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가운데, 이 돌팔매를 꿋꿋하게 맞아주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려는 준기의 안타까운 사랑이 그려졌다. 준기는 사랑하기 때문에, 굳이 윤하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모두 했다. 왜 윤하의 곁을 서성거렸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윤하의 마음을 훔쳤는지를 털어놨다. 윤하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윤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준기의 사랑법은 그랬다. 자신에 대한 원망과 복수가 윤하의 상처를 감싸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윤하의 원망을 견디는 준기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비록 시작은 불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윤하에 대한 순정을 키워왔기 때문. ‘상류사회’는 11회에서 사랑에 상처입은 윤하가 준기에 대한 복수심으로 매몰차게 돌변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드라마 초반부터 예상된 전개이긴 했어도 준기와 윤하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날선 공방전을 벌이는 절절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짠하게 했다.
그리고 성준은 사랑을 잃고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태진그룹으로 이직을 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준기의 슬픔을 잘 표현했다. 겉으로는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나, 속은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준기의 아픔이 성준의 슬픈 눈빛에 담겼다. 아파도 눈물을 보이는 것보다 어떻게든 참기 위해 애쓰는 준기의 고통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준기는 초반 냉철한 성격인 터라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의뭉스러운 인물이었다. 지금은 비밀로 하고 싶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슬픔을 연기해야 하는데 성준이 이 같은 변화를 무리 없이 표현하는 중이다.
성준은 올해 초 ‘하이드 지킬, 나’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한 바 있다. 그동안 멋있는 역할을 주로 했던 성준은 당시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번 ‘상류사회’에서 짠한 구석이 많은 ‘남자 신데렐라’를 연기하며 다시 장기인 로맨스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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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