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있던 MBC 예능 프로그램이 기지개를 활짝 켰다. 평일 예능은 물론, 주말 예능까지 승승장구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 화제의 중심에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백종원과 '복면가왕'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이하 클레오파트라)가 서 있다. 두 사람을 빼놓고는 이들 프로그램을 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아 있다. 첫 번째는 무패(無敗) 신화. 첫 출연부터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쟁자들을 우습게 따돌리고 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본인들도 자신의 승리에 당황했었지만 이제는 승부를 떠나 대결 자체를 한껏 즐기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마리텔'이 시작하며 합류한 백종원은 방송에서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를 쏟아내듯 선보이면서 콘텐츠화에 앞장 서고있다. 예측불허인 인터넷 생방송의 거친 상황도 능숙하게 이겨내는 점이 그의 1위 비결이다. 클레오파트라 역시, 지난 5월 17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질풍노도 유니콘 배다해를 1표 차이로 꺾으면서 현재까지 4대~7대 가왕을 차지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의 존재를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듯 누구 하나라도 나서서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둘째는 타고난 듯한 예능감이다. 두 사람 모두 적재적소에서 어떤 말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백종원은 실시간 생방송 도중 시청자들의 아이디를 일일이 불러주면서 한 마디 한 마디 화답하는 활약으로 '마리텔'만이 지니고 있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각본 없는 전개 속에서 자신의 진솔한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클레오파트라가 던지는 우승 소감도 '복면가왕' 흐름의 한 축을 차지한다. 효과음 처리된 그의 목소리가 존재를 알 수 없게 만들면서 더 큰 재미를 안기는데, 지난 번 5대 가왕을 차지하면서는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나라고 말도 못하고 생활이 어렵다"면서 "다 내려놓고 싶은데 쉽지 않다. 자진해서 내려놓기엔 너무 멀리와 버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엄마도 내 존재를 모른다"는 애교 섞인 말로 웃음을 안긴다. 그는 자신을 향해 도전하는 복면가수들에게도 적절한 코멘트를 날리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두 사람이 여기까지 올라온 데는 뛰어난 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백종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거짓 없는 소탈함일 것이다. '집밥 백선생'이나 '한식대첩'에서도 그의 역할이 훌륭하나 '마리텔'에서 그의 매력이 가장 도드라진다. 고급진 레시피를 전수하며 이른바 '예능 신생아'로 탄생했다. 그의 푸근한 외모와 구수한 말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음식 레시피가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클레오파트라가 부른 곡들이 음원 차트에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14일 오후 OSEN에 백종원의 1위 비결에 대해 "그는 소통 능력이 충분하다. 같은 말을 해도 밉지 않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구수함이 있다. 시청자들과 쌍방향 소통에 능하다"고 분석했고,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는 "가창력과 선곡 능력이 충분하다. 정체를 잘 숨기면서도 자신을 어필하는 힘이 매력적이다. 녹화 현장에서 김구라가 독설을 날려도 순발력으로 잘 대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OSEN에 백종원의 인기 이유를 "인간미가 느껴지는 말투와 솔직하고 당돌한 느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이 강점"이라고 분석하며 "채팅창을 통해 끊임 없이 소통하는 자세 때문에 1등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클레오파트라는 사실 클래스가 다른 가수다.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이기 때문에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설명했다.
승리가 언제까지 갈 것 같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그들을 깨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수시로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더 강력한 사람을 발굴한다면 순식간에 1위가 교체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일정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금세 싫증을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면 1위가 교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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