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올 여름 첫 텐트 폴 영화 ‘암살’이 베일을 벗고 개봉 모드로 돌입한 가운데 최종 결과를 놓고 전망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언론배급 시사에 온 관계자들은 ‘기대대로 잘 나왔다’ ‘역시 천재 최동훈’이라는 호평과 함께 ‘도둑들에 비해 미흡한 완성도’ ‘중간 중간 지루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교차했다. 일부 허술한 드라마와 구성을 놓고 ‘최동훈이 역시 봉준호 급은 아니다’라는 말도 돌았다.
‘미스터 고’ ‘군도’로 최근 2년 연속 여름 시장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쇼박스는 ‘믿을 건 전속 감독 최동훈 뿐’이라며 창사 이후 최대 액수의 마케팅비를 집행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이제 극장가의 관전 포인트는 ‘암살’이 최 감독의 전작 ‘도둑들’이 세운 1300만 동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친일파를 제거하는 항일 독립군들의 눈물겨운 활약을 그린 엄숙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도둑들’보다 관객층이 한층 넓어졌고, 새로운 이야기와 화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제시장’에 이은 또 한 편의 천만 국민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장군의 아들’을 제외하고 일제 치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흥행작이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암살’이 한국 관객의 시대적 트라우마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섣불리 천만을 자신하기엔 ‘암살’이 처한 주변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단 ‘연평해전’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고 9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반응 역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암살’ 입장에선 개봉일인 22일을 기점으로 전작들이 대부분 종영 수순을 밟고 ‘암살’이 새로운 배급 판을 짜는 주인공이 되길 바랄 텐데 이게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배급 관계자는 “암살이 개봉하더라도 연평해전과 인사이드 아웃이 상당 부분 넘어올 것 같다”면서 “연평해전의 경우 젊은 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고, 인사이드 아웃 역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와 꼭 봐야 할 여름방학 영화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암살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지금 추세라면 연평해전이 600만을 거뜬히 넘길 것 같은데 단체 관람 붐이 잇따르고 영화 외적인 힘이 계속 발휘된다면 뒷심이 발휘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암살’의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두 개봉작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고 관람 후 만족도도 높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천만에 가까워 축지법이라도 써야 할 대작 ‘암살’로선 ‘연평해전’과 ‘인사이드 아웃’이 클리어 되지 않고 박스 상위권에 남아 있을 경우 포만감을 만끽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당장 1주일 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들이닥치는 것도 ‘암살’로선 피하고 싶은 대진표일 것이다.
만약 ‘암살’의 개봉 첫 주 누적 관객이 300만명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쇼박스의 천만 전략은 수정되거나 헝클어질 가능성이 높다. 1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개봉 후 호불호가 엇갈려 잠재 관객이 이탈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둬야 할 리스크다. 극장 체인이 없는 쇼박스 입장에선 9월 추석 개봉작 송강호 유아인 주연 ‘사도’로 극장과 밀당할 수 있겠지만 ‘암살’이 미디엄 웰던 수준으로 나온 만큼 그런 무리수까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느긋하게 톰 크루즈를 만나 겨뤄야 할 ‘암살’로선 메르스 때문에 개봉을 늦춘 ‘연평해전’과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나 지역 예선전 같은 경쟁을 치러야 할 형국이다. 두 영화를 멀찍이 앞섰더라도 ‘미션 임파서블5’에 박스 1위를 내줄 경우, 의외로 쇼박스 임직원들이 서둘러 여름휴가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암살’이 친일파를 처단하는 액션 영화라 해도 묵직한 시대적 공기 탓에 지루하다, 최동훈 영화 같지 않다는 입소문이 난다면 흥행세가 일찍 꺾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8월 5일 개봉하는 CJ의 여름 영화 ‘베테랑’도 ‘암살’ 입장에선 반갑잖은 불청객이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현재까지 세 텐트 폴 영화 중 가장 기대치가 낮고 인지도도 뒤지지만, 호감도와 추천도를 묻는 내부 모니터 시사에서 ‘국제시장’ 점수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로 분류된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형사물인데다 상류층의 민낯과 허위의식을 까발리는 통쾌한 범죄 액션극이라는 점에서 앞선 두 영화와 차별화된다.
개봉을 일주일 앞둔 ‘암살’은 압승이 확실시되는 첫 주 스코어 보다 2주차, 3주차 관객 증감 추이가 롱런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가 1년 전, 첫 주 스코어에 감격해 천만 운운했다가 ‘명량’ ‘해적’을 맞아 뒷목을 잡은 ‘군도’의 트라우마를 다시 겪게 될지, 아니면 곳곳에 깔린 크레바스를 잘 넘어가 3년 만에 여름 승자로 귀환할지 궁금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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