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다. 방송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바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의 임지연이다. 상대역인 박형식과 함께 '상류사회' 최대 수혜자로 떠올라 매회 특유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12회에서는 등장인물 4인의 엇갈린 만남이 그려졌다. 두 커플 윤하(유이)와 준기(성준), 창수(박형식)과 지이(임지연)는 이별했다. 이후 비슷한 환경을 지닌 윤하와 창수, 준기와 지이가 가까워 졌다. 하지만 네 사람 모두 전 연인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었고, 묘한 상황에 네 사람 사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늦은 밤 준기와 지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윤하와 창수가 목격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중심에 선 인물은 지이였다. 지이를 걱정했던 윤하는 지이와 준기의 즐거운 모습에 창수에게 "우리 가자"라고 말했고, 지이는 '우리'란 단어에 반응하며 준기에게 "우리도 가자"며 팔짱을 꼈다. 창수는 그런 지이의 팔목을 잡아끌었지만, 준기가 막아섰다. 결국 지이의 양 팔을 두 남자가 각각 나눠 잡았고, 지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윤하는 그 모습을 한걸음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의외의 '케미'는 지이와 준기였다. 서로 친구의 전 연인이란 불편한 구석이 있었지만, 가난한 환경이란 암묵적인 동지 의식이 있었다. 무언가를 감춰야 하거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전 연인들과 달리, 상대방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관계였다. 무엇보다 지이는 평소 준기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고, 준기는 살갑게 다가오는 지이 앞에서 편안한 얼굴을 할 수 있었다.
앞서 지이는 창수와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끌렸고, 찬성 보다 반대가 많은 사랑에 아파했다. '재벌2세와 캔디녀'라는 드라마 속 흔한 남녀주인공이었지만, 순수한 사랑의 힘이 지닌 설득력이 상당했다. 덕분에 이를 연기한 박형식과 임지연의 인기도 높아졌다. 반면 이날은 서로 닮았기에 위안이 되는 지이와 준기의 만남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지이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잘 드러난 12회는 임지연의 매력이 돋보인 회이기도 했다. 임지연은 극중 본래 짝인 박형식, 공감대를 지닌 성준, 그 누구와도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자신을 길거리로 내쫓으려는 창수 모 역의 정경순과도 재미있는 조합으로 웃음을 안겼다. 초반부터 신뢰 관계를 이어온 유이와의 우정을 더하면, 그야말로 임지연의 '상류사회'의 '케미여신'이었다.
'상류사회'는 이제 종영까지 4회를 남기고 있다. 임지연의 선택은 박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 남은 시간동안 임지연이 또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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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