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곽경택 감독 연출에 '추격자' 김윤석과 '해적' 유해진 콤비 출연이면 말 그대로 환상의 조합인 셈.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릴러 '극비수사'는 이 세 사람이 뭉쳐서 만들었고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흥행 저력을 발휘해 드디어 3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막을 올린 '극비수사'는 14일 현재 누적 관객 284만명을 동원했다. 애국영화 '연평해전'과 할리우드 애니 '인사이드 아웃'과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5' '쥬라기 월드' 등이 건재한 가운데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중이다.
다음 주 최동훈 감독의 대작 '암살'이 개봉하기 전까지 16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게 '극비수사'의 최종 목표다. '암살' 개봉 즈음에는 '극비수사' 스크린의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현재 추세라면 이번 주말 300만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사주를 통해 유괴 아동을 찾은 사건으로, 형사 공길용(김윤석 분)과 도사 김중산(유해진 분)이 주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전작들을 통해 1970~80년대 부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곽경택 감독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솜씨가 돋보인다.
초등학생 딸이 유괴되자 아이의 부모는 사방팔방 손을 쓴다. 특히 용하다는 도사의 말을 믿고 공 형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사라진 소녀와 자신의 아들이 친구라는 사실에 흔들린 공 형사는 결국 수사에 착수한다. 김 도사를 신뢰하지 않는 공 형사지만, 소신을 다하는 김 도사의 태도에 공 형사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소녀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고, 나아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극비수사'의 묘미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그들의 수사 과정에 있다. 오늘날 같은 과학수사는 꿈도 꿀 수 없던 시절,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수사에 임한다. 극비수사를 고집하며 집요하게 용의자를 기다리는 고집불통 공 형사, 감흥과 기도로 소녀의 기운을 쫓는 김 도사.
시종일관 갈등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이 결국 합의에 이를 때 사건은 해결된다. 두 사람을 대표적인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속 주인공에 빗대자면, 공 형사가 셜록, 김 도사는 조력자 왓슨이다.
무엇보다 연기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김윤석과 유해진의 '합'을 보는 일은 즐겁다. 그동안 강렬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인간적인 형사로 분한 김윤석, 코미디 대신 정극 연기를 택한 유해진 등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화면 안에서 움직인다.
유해진은 이번 '극비수사'에서는 웃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이 형은 닭 백숙 같은 작품이라고 하더라. 나는 음식 재료로 말하면 두부, 콩비지처럼 뭐 넣지 않은 맛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번 영화는)뭘 더하기 보다 빼기가 중요했던 작품이다. 절대 웃기고 싶지 않았다. 다른 작품에서 또 웃기면 된다"며 '극비수사'에 임했던 소신을 밝혔다.
그가 맡은 역할인 도사 김중산은 오직 ‘도’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우직하게 한 길만을 걸어온 인물로, 다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아이의 생사만을 위해 수사에 도움을 주는 캐릭터다. 도사로서의 소신뿐만 아니라 세 아이 아버지로서의 부성애로 인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욱 진심이 담긴 수사를 펼쳐 나간다.
유해진은 “비록 아버지가 된 경험은 아직 없지만 극 중 딸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들을 진짜 딸처럼 대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형사로 등장한 김윤석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누군가를 쫓는 역할에서 대한민국에 그를 당할 배우가 과연 누가 있을까.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 하정우를 쫓던 김윤석의 눈매와 몸동작에는 날것 그대로의 수컷 내음이 물씬했다.
'극비수사' 속 공형사는 거기에 납치된 아이를 진심으로 위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입혔다. '추격자'와 '완득이'의 주인공을 더한 멋진 캐릭터가 등장한 건 김윤선의 연륜과 내공이 그만큼 더 쌓이고 깊어진 때문일게다. 김윤석은 힘을 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더 힘이 나는 스타일이다.
베우로서 연기로만 승부하니 영화 홍보를 위해 TV 예능에 나서는 적이 없다. 정작 본인은 에둘러 "예능적인 재능이 없어 (예능프로에) 안 나간다"고 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고 해서 신비주의는 아니다. 요즘 무엇이든 잘하는 엔터테이너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의 길만 가는 사람도 있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김윤석 다운 소신이고 김윤석 다운 답변이다.
김윤석과 유해진의 파트너십, 이것 하나만으로도 영화 '극비수사'는 볼만한 가치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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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