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박보검의 잔인한 운명과 함께 실체가 공개됐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극본 권기영, 연출 노상훈, 김진원 제작 CJ E&M)에서는 해맑은 미소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미스터리 변호사 정선호(박보검 분)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가 바로 이중민(전광렬 분)이 죽던 날, 이준영(도경수 분)과 함께 사라졌던 이현(서인국 분)의 동생 이민이었던 것.
살인마와 함께 사라졌다가 20년 만에 형 앞에 나타난 민(선호)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오해를 먹고 괴물이 된 민은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으며, 정체를 숨긴 채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그는 현과 친한 지안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유독 틈을 내주지 않던 그녀를 괴한으로부터 구해주며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의 악행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현이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 민에게는 현이 세상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커서도 “형아처럼 될 거야”라고 말할 만큼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형을 자석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중민은 어떤 설명도 없이 현을 집안 비밀의 방에 가둬버렸고, 어린 민은 아빠가 형을 빼앗아갔다고 오해하게 됐다.
그렇게 심어진 오해라는 씨앗에 물을 준 것은 이준영. 그를 피하려다 되레 그의 차에 탄 민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던 현이 넘어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지자 형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형을 찾으며 울다 지친 민은 준영에게 아이답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형아가 내 얘기 뭐라고 했어요?”라고 물었다. 돌변한 그의 눈빛을 본 준영은 중민과 현 사이를 이간질했던 것처럼 형에 대한 오해를 확신으로 바꾼 듯 했다. 민이 ‘(형은) 날 이준영에게 넘겼다’고 속말을 했기 때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현이 다른 사람과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명 속이 탔을 민. 현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차사님, 이교수님 두 분 모두하고 좀 가까워지고 싶거든요”라며 은근슬쩍 진심을 내비친 것도 형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현의 냉대. 어떻게 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형의 뒷모습을 보며 민은 서운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현의 동생 민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살인마 준영과 함께 혹은 홀로 20년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저지르고 있는 악행으로 보아 자신의 마음 속 나쁜 늑대에게 먹이를 주며 괴물로 자란 게 아닐까 짐작케 했다. 준영에 의해 스스로 괴물이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과 어린 시절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나를 기억해” 달라며 슬픈 몸부림을 치고 있는 선호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살아가는 내내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첫사랑 같은 존재였던 형이 일부로가 아니라,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한 준영에 의해 잔인한 운명에 놓인 이들의 오해에서 이해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오는 20일 저녁 10시 KBS 2TV 제9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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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