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지은, 여러 색깔을 갖고 있는 배우다. 눈빛 하나에, 표정 하나에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 ‘같은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구여친클럽’에서는 도도한 이혼녀 캐릭터로 ‘센’ 느낌이 강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진한 화장을 걷어내니 청순하고 여린 여인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하니 발랄한 매력이 쏟아진다.
“처음 염색을 해봤어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열망을 머리에 담아봤어요. 그리고 원래 머리가 길었는데 ‘구여친클럽’에 출연하면서 단발로 바꿨죠. 권석장 감독님이 머리를 자르고 오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어깨선까지 자르고 가면 될까 해서 물어봤는데 귀 밑 3cm로 자르고 오라고 하셨어요. 새벽에 숍에 가서 울면서 잘랐어요.(웃음) 자르고 나니까 34살 이혼녀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확실한 변신이었다. 청순함을 돋보이게 해줬던 긴 머리도 짧게 바꾸고 나니 도도하고 섹시하고 시크한 매력이 강해졌다.
“지금까지 청순한 이미지로 어필했고 또 광고에서는 건강한 이미지를 선보였는데 ‘구여친클럽’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하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주변 분들도 단발머리가 낫다고 해요.”
장지은은 2013년 드라마 ‘구암 허준’ 이후 2년여 만에 ‘구여친클럽’으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얼굴을 내비쳤다. 하지만 조기종영으로 아쉬움을 안고 떠나야 했다.
“오랜만에 연기하는 거라 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로맨틱코미디는 제가 처음 하는 장르이기도 했고 극 중 캐릭터 지아도 매력적인 캐릭터라 열심히 하고 싶었죠. 지아가 백조 같은 캐릭터였어요. 물 아래로는 열심히 물장구를 치지만 밖에서는 고급스러워 보여야 하는 캐릭터라 표현하기가 힘들었어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잡아가고 익숙해져갈 때, 본능적으로 반응할 때 드라마가 끝나서 아쉬웠어요.”
그간 장지은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구암 허준’, ‘태양의 신부’ 등에 출연, 로맨틱코미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로맨틱코미디가 캐릭터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있어서 쉽지 않았어요. 저의 신조는 솔직하게 연기하는 거예요. 있는 만큼 솔직하게 덜 하지도 말고 더 꾸미지 말고 연기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지아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어서 걱정스럽긴 했죠. 그런데 지아 역할이 중간에서 잡아주는 거라 너무 과하게 하면 매력이 없어질 것 같아서 더도 덜도 말고 자연스럽게 연기했어요.”
‘구여친클럽’이 조기종영해서 아쉽긴 하지만 처음으로 또래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 거라 얻고 가는 게 많았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사극에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상대배우들과 소통하는 걸 많이 배웠죠. 그리고 로코를 하면서 느낀 게 더 많은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지은은 2008년 ‘서울무림전’으로 데뷔했다. 사실 장지은은 연기자에 대한 꿈이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연기에 발을 내딛었다. 올해 데뷔한 지 7년이 지났고 서른이 됐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은 없다.
“데뷔하고 나서 초반에는 조급했어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마음을 다잡으면서 지금은 조급하지 않고 제 속도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배우로서의 자존감, 다양한 캐릭터, 작품을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열정이 과했고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야 행복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고 있고 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20대 때보다는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30대라는 시기가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조금 여유가 생긴 것도 있고 보는 눈도 생긴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자신에게 냉철해질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장지은은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히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배우인 만큼 기회만 있으면 연기를 통해 이러한 일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연기자다. 연기와 삶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배우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방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것들을 표현해야 하고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로서 자존감을 쌓고 다양한 걸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제 가치관에 있어서는 조급해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해요. 다양한 캐릭터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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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