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배우 이수혁이 후회없는 캐스팅임을 입증해보였다.
이수혁은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귀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혁이 맡은 귀는 자신을 노리를 성열(이준기 분)을 쫓는 한편 조선 조정을 쥐고 흔들려는 욕망을 또 한 차례 내보였다.
우선 귀는 성열이 왜 모습을 드러냈는지 알게 됐다. 바로 양선(이유비 분)의 등장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현세자(이현우 분)가 남긴 비망록과 관련된 일인 것도 알아차렸다.
앞서 귀는 정현세자가 살아있었을 당시, 정현세자가 자신을 없앨 비책을 알아냈다는 사실에 정현세자를 비롯한 책에 적힌 모든 이들을 죽인 바 있다. 단, 책에 적혀있던 성열만은 그가 뱀파이어가 되면서 죽이지 못했다.
그렇게 안심했지만 과거 회상이 또 다시 그려지면서 귀가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0년 전, 사동세자(장승조 분)가 정현세자가 남긴 비망록을 어딘가로 빼돌렸고 이를 찾기 위해 귀가 사동세자를 위협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그려진 것.
때문에 성열이 비망록을 찾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알게 된 귀는 성열을 이용해 비책을 없앨 계략을 세웠다. 비책을 얻기 위해서 성열은 점차 그 비밀에 다가갈 것이고 이를 지켜보다 없애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조정의 대신 앞에서 짐짓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조(이순재 분) 앞에선 그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현조에게 분노한 귀는 "나를 죽여봐라. 죽이면 당신의 정체가 온 백성에게 드러날 것이다"라는 현조의 말에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정현세자가 당시 사용했던 음란서생이라는 필명의 필자가 다시 등장한 것에 대해 "음란서생을 찾아라. 안그러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세손까지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렇듯 귀는 불안과 여유를 오가는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 흡혈귀가 가진 우월한 능력은 그를 여유롭게 만들어 주지만, 어딘가에 있을 비책은 그를 불안하게도 만든다. 게다가 성가신 성열이라는 존재까지 등장한 상황.
이와 같은 귀를 이수혁은 안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흡혈귀라는, 결코 쉽지 않은 설정임에도 이수혁은 한층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캐스팅 단계부터 얘기돼왔던, 100% 싱크로율은 보는 이들이 그의 연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극이 진행될수록 귀와 성열의 대결은 극대화될 것이고, 그럴수록 이수혁의 카리스마 역시 극대화될 전망이다. 어둠 속에서 남다른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이수혁이 앞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한편 '밤선비'는 남장을 하고 책쾌 일을 하며 살아가는 조양선이 음석골에 사는 신비로운 선비 김성열을 만나게 되고,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멜로 사극으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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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선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