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공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슈퍼주니어는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가감없는 발언들과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10년 내공의 저력을 발휘했다.
이날 방송의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셌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김구라는 "성민과 신동은 군대에 갔고 기범은 탈퇴, 한경도 탈퇴했다"며 슈퍼주니어의 역사를 읊기 시작했다. 게다가 은혁에게는 "병문안"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강했던 시작에 주눅이 들법도 했지만 방송 내내 슈퍼주니어는 물러서지 않는 솔직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10년 동안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단단해지고 성숙해진 슈퍼주니어 멤버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멤버들은 서로를 둘러싼 불화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먼저 당첨된 주인공은 동갑내기 이특과 김희철. 두 사람은 서로가 상극임을 인정, 과거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크게 싸운 뒤 3개월 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사연을 전했다. 물론,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라는 것은 말해봐야 입 아픈 일. 뿐만 아니라 시원은 려욱과는 맞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우리는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배려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동생이지만 내 타입은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민의 결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희철은 "성민이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멤버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라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동생 결혼식에 다같이 가서 왁자지껄 축가도 하고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는데 그걸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라고 말했으며 시원은 "멤버들 중에 결혼을 하는 멤버가 처음이다보니 우리가 익숙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탈퇴한 멤버에 대해서도 망설임 없었다. 물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숨김 없었고, 거짓도 없었다. 그저 솔직함만이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예능까지 가미됐다. 탈퇴한 한경에 대해서 예성은 "우연히 명품 매장에서 만났다. 세일 한다길래 아이쇼핑을 하는데 누가 옷을 막 사더라. 봤더니 한경이었다. 반가워서 잘 지내냐고 말을 걸었는데 한경도 밥 먹자며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민감한 문제들까지 솔직하게 말해준 이들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연애 이야기도 마찬가지. 서로의 스캔들 상대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고 쿨한 모습을 보인 멤버들은 "군대 가기 전 나를 기다려줄 수 있냐고 물었지만 거절당했다"라는 이특의 말과 규현의 연애사 등 여자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솔직함과 예능감. 이 두 가지가 이날 방송의 요약이라고 하면 요약이겠다. 평소 '라디오스타'에서 MC들의 독설이 두드러진 것에 비해 이날은 MC들은 말그대로 질문을 던지는 MC의 역할만 했을 뿐,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입담 앞에 오히려 조용할 정도였다.
어느덧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그 오랜 기간 동안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다양한 일을 겪었고 그만큼 성숙했다. 그 성숙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약 1시간 가량의 방송이었다. 물론 슈퍼주니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능감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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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