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벌써 천만 영화만 세 편이다. 그것도 텀이 매우 짧다. 단기간에 '삼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니 좋으면서도 부담이 될 법하다. 자칫 흥행에 실패하면 자존심을 구겼다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제3자의 우려였나보다. 정작 본인은 흥행 보다는 '신선함', '도전'에 중점을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도 그랬고 천만 관객은 아니었지만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표적'도, 모두 도전의식 때문에 선택한 것들이었다.
이번 '손님' 역시 그랬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라 개봉 후 박스오피스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류승룡에게는 아쉬움은 없을 듯 하다. 도전을 했고 그 도전은 즐거웠다. 앞으로도 도전으로 영화를 해나갈 생각이란다. 덩치가 큰 영화가 아닌, 조그마한 규모의 영화에도 갈증을 느끼고 있는 그다.
물론 흥행을 아예 제쳐두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배우가 흥행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 "남의 돈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인데 취미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라며 흥행에 대한 생각도 또렷하게 내비친 그는 그럼에도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흥행스타'보다 '배우'이길 꿈꾸는 그다.
다음은 류승룡과의 일문일답.
- '손님'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신선함과 독특함이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라 도전의식도 생겼다. 그리고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했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많은 비유와 상징들이 굉장히 잘 녹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 광대 역할, 피리 부는 것까지 연습해야했는데 힘들진 않았나.
▲ 연극을 했을때부터 탈춤, 사물놀이, 한국 무용이나 난타 이런 것들을 늘 트레이닝 하면서 살아왔다. 그게 생활이고 직업이었기 때문에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들어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 변신 강박이나 스트레스는 없는 것 같다. 그때그때 주어진 자기 작품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접했고 신선해서 하게 됐다. 사극을 연달아 한 적도 있는 것처럼 변신 강박은 없다. 다만 작품을 선택할 때 '도전'을 생각하는 것 같다. 신선한 걸 해보고 싶고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나 익숙한 것들을 하는 건 안주라고 생각한다. 신선함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표적'도 액션을 한다는 것은 그때 나에게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었다.
- 흥행 대표 배우이기 때문에 흥행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할 순 없을 것 같은데.
▲ 물론 영화는 잘 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고 상업 영화인데 남의 귀한 돈을 가지고 시행착오나 경험 쌓는 취미생활 정도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흥행을 바라는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바람직한 건 크랭크인하고 크랭크업 할때까지 열심히 하고 인터뷰하고 홍보하고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간 흥행이 됐던 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시기나 이런 것들이 좋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책임감을 떨쳐내고 작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갈증도 있다.
- 함께 호흡한 천우희, 이준은 어떤 배우인가.
▲ 천우희는 원래부터 굉장히 훌륭한 배우라고 느끼고 있었고 이번에 미숙 역할로 와 줬을때 기뻤다. 여배우가 갖춰야 할 조용하면서도 소박하고 털털한 덕목들을 두루두루 지닌 배우 같다. 후배라기보다는 동료이고 많은 면에서 자극도 주고 오히려 배울 점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준은 예전에 출연했던 영화들을 봤는데 재주가 많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기가 욕심만 가지고 되는건 아닌데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열정이 굉장히 각별했다. 그리고 순박한 시골 청년처럼 순수한 친구더라. 근래 보기 드물게 건강한 청년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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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