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성 감독, 왜 딸 장나라를 캐스팅하지 않았을까[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7.16 16: 58

'장나라의 아빠'로 더 유명한 주호성이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낸 '감독직'이다. 연극 연출자로 활동해오며 연출이라는 분야에선 꽤 이름을 날린 그였지만 영화에 대한 꿈은 늘 품어왔던 모양이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만난 그는 차분했지만 들뜬 모습이었다.
그토록 기다려온 감독 데뷔, 그런데 문득 들었던 궁금증은 왜 딸 장나라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지 않았을까였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기에 누구보다 화려한 데뷔를 꿈꿨을텐데, 그리고 그 지름길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그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걸까 궁금했다. 물론 그의 데뷔작 '폴라로이드'에 장나라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우정 출연이라는 이름 하에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 전면에 나섰다면 소위 말하는 영화 투자도, 배급도 순조롭게 이뤄졌을 수 있다.
주호성 감독과 딸 장나라를 둘러싼 세간의 입방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장나라의 아빠로 살면서 좋지 않은 댓글들 속에 살아야 했던 그는 "장나라가 나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와중에 딸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할 순 없죠"라고 이야기했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걱정도 한몫했다. '폴라로이드'의 여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채 홀로 남아 아이를 키우는 인물. 아직 '엄마' 보다는 '애인'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장나라기에 딸에게 자신이 그런 이미지를 넘기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주호성 감독과의 일문일답.
- '폴라로이드'를 만든 계기가 있다면.
▲ 지금 우리 사회는 사나워지고 두려운 구석이 많은 사회로 변해가는 것 같다. 대중문화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인간미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살도 많이 하는 나라인데 사회와 대중문화가 그런 사람들을 좀 더 다독여주고 끌어안아 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 생각한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를 소위 '흥행 장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안다. 다시 말하면 착한 영화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공식이 있다. 여름 블록버스터가 쏟아지고 있지만 가족끼리 볼 만한 영화는 별로 없다. 블록버스터의 틈바구니 속에 있는 조그만 영화이지만 그 따뜻함을 사회와 관객에게 돌려드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 영화 감독 데뷔, 원래부터 꿈이 있었던건가.
▲ 예전부터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면서도 충무로를 떠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후시녹음을 하면서 정말 많은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까 영화에 대한 내 기준도 생기고 그러면서 영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늘 있었다.
-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엉뚱한 짓을 많이 했고 그런 일을 계속 해왔다. 제자들에게도 연기자는 멈추면 안된다는 말을 하는 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나이에 갑자기 감독을 한다는 건 나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는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딸 장나라와 나라 엄마는 '저 사람이 또 뭔가를 저지르고 있나보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웃음).
- 이 영화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아는데.
▲ 흥행면에서 달가워하지 않으니까 1년 정도 묵혀두게 됐다. 그러면서 영화를 자꾸 손질하게 되더라. 밤을 새우고 그것만 들여다보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하다보니 결함이 보이기도 하더라. 그 시간 동안 나름대로의 영화 공부를 하게 됐다.
- 여자주인공으로 장나라를 캐스팅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 장나라를 먼저 생각하긴 했다. 투자사들에서도 '장나라가 여주인공이냐'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장나라를 캐스팅하게 되면 생기는 문제가 첫번째는 장나라는 아직 '애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엄마'의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장나라를 내가 '엄마' 역할로 변모시켜놓으면 딸을 끌여내리는 것 같아서 주저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장나라가 아빠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런 것 때문에 장나라를 피했다.
 
- 장나라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실 말이 많다.
▲ 가끔 댓글에 내가 장나라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처럼 써 있는 글들이 있다. 내가 장나라를 꿰차고 등에 빨대를 꽂았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다. 나는 장나라의 처음부터 오늘까지를 기획한 기획자의 역할을 해왔다. 내 기획에 의해서 장나라가 온 것이다. 많은 분들이 코끼리 만지듯이 '이렇구나' 하시는 것 같다. 가끔 우리 부녀가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저러네' 하실 것이다. 우리는 말다툼을 하다가도 '아빠, 그런데 우리 뭐 먹을까' 이러는, 여타의 부녀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식구라는 말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이번 영화 '폴라로이드' 역시 식구,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인간이 용서하는 마음, 그 아름다운 면을 그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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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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