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vs ‘베테랑’ 라이벌로 만난 부부 커플 중 누가 크게 웃을까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7.17 07: 2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1, 2등은 살아남지만 3등부턴 지옥문이 열린다. 요즘 극장가에선 어떻게든 박스오피스 2위 안에 들기 위한 개봉작들의 각축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SNS의 발달로 입소문의 전파 속도가 빨라졌고 그만큼 선택받지 못한 영화의 유통기한이 크게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개봉작들이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7~8월 여름 텐트 폴 영화 3파전도 양보 없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라이벌로 만나는 두 한국 영화의 감독, 제작자가 부부라는 공통분모가 눈에 띄어 흥미롭다. ‘암살’의 최동훈 감독과 안수현 제작자,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서로 친분이 있는 이 커플 영화인들 중 누가 9월까지 관객 수를 체크하며 최종 승자가 될지 영화계 관심이다.
현재로선 ‘암살’ 부부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아직 ‘베테랑’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베일을 벗은 ‘암살’이 기대만큼의 완성도와 재미를 갖췄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암살’은 1주 간격으로 추격해오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베테랑’을 맞아 광주 70주년인 8월 15일 의미 있는 스코어를 찍으며 박스 1~2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개봉 첫 주말 1300여개의 스크린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게 1차 목표인 ‘암살’로선 경쟁작이 가세해 스크린을 나눠 먹기 전 안정권에 들어야만 2~3주차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게 된다. 그러려면 첫 주 최소 250만명 이상을 동원해 붐을 조성하고 포털사이트 관람 후 평점도 8.5점을 넘겨야만 잠재 수요를 구매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안수현 대표와 최동훈 감독은 싸이더스에서 제작부원과 시나리오 작가로 만나 사랑을 키운 사내 커플이다. 프로필로는 안수현 대표가 두 살 많지만 최동훈 감독이 빠른 72년생이라 동갑처럼 지내며 연애했다. 홍보 마케터로 일하다가 전지현 주연 ‘4인용 식탁’으로 프로듀서가 된 안수현 대표는 이후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프로듀서와 ‘박쥐’ ‘푸른 소금’을 제작하며 명필름 심재명을 잇는 여성 영화 제작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탁월한 기획력과 원만한 대인관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전우치’ 이후 종로에 케이퍼 필름이란 제작사를 차린 이들 부부는 쇼박스와 동맹관계를 맺고 창립작 ‘도둑들’로 골든벨을 울렸다. 1298만명을 동원하며 빅 히트한 이 작품으로 100억대 건물을 매입해 주위 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당시 ‘도둑들’ 정산 후 스태프들의 세금까지 부담하며 현찰로 보너스를 나눠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워낙 검소하고 소탈해 최 감독은 5만원 이하의 와인만 마시고 승용차 대신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고 알려졌다. 부부가 평양냉면을 좋아하고 한남동 북엇국집이 단골이다.
황정민 유아인 주연 ‘베테랑’을 만든 류승완 강혜정 부부도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이다. 이태원에서 영화와 음악 DJ에 빠져 살던 류승완 승범 형제를 메이저로 입문하게 해준 이가 바로 강혜정 대표다. 영화방과 좋은영화 기획실 출신인 강 대표는 류승완 형제를 뒷바라지하며 저예산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00)를 제작해 두 형제를 감독과 배우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선물’ ‘신라의 달밤’ ‘피도 눈물도 없이’의 홍보 마케팅을 맡았고, 영화사 외유내강을 차린 뒤 ‘짝패’ ‘다찌마와리’ ‘해결사’ ‘부당거래’ ‘베를린’ 등을 쉼 없이 제작했다. 최동훈 감독 부부가 쇼박스와 손잡고 두 작품을 만든데 비해 강혜정 대표의 외유내강은 지금껏 CJ엔터테인먼트와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716만명을 동원한 ‘베를린’으로 월척 손맛을 봤지만 아직 1000만 경험은 못한 상태. ‘국제시장’으로 천만 배우가 된 황정민과 상류층의 민낯을 고발하는 범죄 액션극 ‘베테랑’으로 전작의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의지다.
부지런한 1970년생 개띠 여성 제작자들의 고군분투와 이들을 배우자로 만나 한층 빛을 본 두 명 감독이 올 여름 극장가에서 제대로 만났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한판 승부이자 할리우드 외화에 밀려 잔뜩 주눅 들었던 상반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회복하며 여름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모처럼의 설욕전 무대이기도 하다. 대략 3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암살’과 ‘베테랑’이 얼마나 촘촘한 그물로 손님몰이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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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베테랑'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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