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TV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한식대가 심영순이 ‘수박국수’라는 예상치 못한 요리로 그 자신의 독설만큼 시원한 ‘한방’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직접 맛을 본 것이 아니기에 ‘경로우대’가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유명 요리사 샘킴 대신 이욱정PD의 손을 들어줄 만큼 냉정한 야간매점 시식인들은 단 한 명의 이의 없이, 만장일치로 심영순의 음식에 한 표를 던졌다. 혹 대가에 대한 예우가 있었다 해도, ‘수박국수’라는 메뉴는 기존에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인 레시피였고, 결과물 역시 그 맛을 떠올리며 군침 돌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심영순은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 '심영순이 심심할 때 먹는 수박 국수'라는 의미를 가진 심심수수를 선보여 야간매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날 심영순은 수박을 갈아 김치 국물과 섞은 국물에 김치와 국수를 넣어 깔끔하고 달콤한 수박 국수를 만들었다. 기발한 재료에 의아해하던 샘킴은 "김치 맛이 강하게 날 줄 알았는데 김치 맛과 수박의 단맛이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여러 번 국수를 더 먹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욱정PD가 1샘킴의 '빠들리니', 이연복의 '튀기면 복이와요'를 누르고 야간 매점 요리 대결에서 2연승을 차지한 상황. 그가 내로라하는 유명 셰프들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요리 ‘볶음 라면’이 야간 매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춘 매우 간단한 요리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PD를 누른 것이 심영순의 ‘심심수수’다.
처음으로 TV를 통해 ‘요리 경쟁’을 하기 된 심영순은 "우리 어머니가 이런 걸 잡숫고 98세까지 사셨다. 병원에 가지 않으셨다"고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요리 심사를 하다가 받으니까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주 좋다"고 당당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심영순은 보통 한국인이 생각하는 인자한 할머니상이 아니다. 야간 매점에서 선보이는 야식들을 “요리가 아닌 한 끼 때우기 용”이라고 정정하는가 하면, 다른 셰프들의 요리에도 “기름을 너무 많이 쓴다”고 일침하고 ‘한식대첩’에서는 “형편없다”고 독설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그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다른 사람의 요리를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독선적으로 비쳐진다는 것.
일견 맞는 말이다. 무엇을 말하든 생각하는 그대로, 돌려 말할 줄 모르는 그의 화법은 적당하게 예의를 차린 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심영순은 누구나 호감을 갖고 친근하게 대하는 국민MC 유재석에게도 칼질을 하는 손 모양이 틀렸다며 손을 때리고 호통을 친다. 손님의 부름을 당혹스러워하는 제자에게는 “대통령이 아니면 나가지 말라”고 따끔하게 조언한다. 서양 요리는 수 십 만 원을 들여 먹으면서 한식 코스는 고작 3만 5천원을 주고 먹는 행태에 대해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것처럼 심영순의 고집스러워 보이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한식에 대한 애정으로 일평생을 연구하며 살아온 대가의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한식의 ‘우월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만든 500만 원짜리 칼의 A/S를 위해 직접 1년 한 번 고객들을 발문한다는 샘킴이 언급한 일본의 칼 장인처럼, 심영순은 한식 장인이다. 대가의 음식이 그의 캐릭터 때문에 평가절하 당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좋은 할머니가 아니어도 대가는 대가일 뿐이다. 오히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흔치 않은 대가 할머니의 등장을 반갑다.
한편 이날 '해피투게더3'는 셰프 매점 특집 2탄으로 지난주에 이어 이연복, 심영순, 샘킴, 이욱정PD, 정엽 등이 출연해 직접 만든 특별한 별미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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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