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네게 있는 게 아니야."
49년 차 배우 김용건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언뜻 보면 하루 아침에 '예능 대세'로 떠오른 가수 강남에게만 국한된 말인 것 같지만, 자세히 곱씹어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전한 것이다.
김용건은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M.I.B 멤버 강남과 캐나다 여행의 마지막 날을 꽉 채워 즐겼다. 이날 시작부터 감동적이었다. 김용건은 강남을 위해 빨간색 스포츠카를 빌려 캐나다 투어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야타족'으로 변신, 강남에게 "야~타!"를 외치며 웃음을 안겼다.
두 사람은 김연아 선수가 한차례 언급하기도 했던 관광명소 토버모리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강남을 위한 스쿠버다이빙 시간이 마련돼 있었다. 본인이 즐거워하는 일보다 강남의 눈높이에 맞춰진 일정에 따른 것이다. 그는 강남의 안전을 기원하며, 스쿠버다이빙에 성공한 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에 이르자 두 사람은 여행을 정리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강남이 물꼬를 텄다. 대부님에게 "제가 고민이 있다. 방송을 다섯 개나 했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을 잘까말까 했었는데 그 중에 세 개가 갑자기 없어졌다"면서 "그게 무섭다. 또 없어질까봐 두려웠다. 방송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이에 김용건은 "강남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드라마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잘 될 듯 시작하지만 일찍 끝난 적도 많다. 인생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우리가 그걸 피할 길이 없다. 스스로 비관하면 안 된다"고 응원했다. 그의 말을 경청하던 강남은 "초심을 잃지 말고 대부님처럼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방송을 떠나 김용건은 진지한 표정으로, 온 마음으로 강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였다. 현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배우지만 50년 가까이 연예계 활동을 해오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을 터. 강남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 그가 같이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선배로서 후배의 말 못할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강남은 4차원스러운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눈에 띄어 '예능 신생아'로 자리잡더니 어느 새 '예능 기대주'로 손꼽히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일에나 성하고 쇠하는 시간은 있듯이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내공 깊은 김용건의 진심 어린 조언이 버거운 짐을 덜어줬다.
김용건의 말은 강남 뿐만 아니라 아픔을 감내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위로였다. 청년들의 등을 두드려준 대부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도 용기를 북돋아줄 멘토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