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사랑 사이를 보통 '썸'이라 칭한다. SBS '썸남썸녀', JTBC '5일간의 썸머' 등 이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들이 20~30대 젊은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내세웠다면, 이와는 차별화된 중년의 '썸'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다.
'불타는 청춘'의 콘셉트는 싱글인 중년 스타들의 친구 찾기다. 그중에는 핑크빛 우정도 있다. 대표적인 커플이 방송인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내는 두 사람이다. 주로 강수지가 애교 섞인 '돌직구'를 던지고, 김국진이 이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플 선정을 하면 꼭 한 팀이 되는 천생연분이기도 하다. '국민MC' 유재석이 응원할 만큼, 사실상 '불타는 청춘' 공식 커플이다.
가수 김도균과 배우 양금석도 있다. 두 사람의 관계도 재미있다. 김국진이 강수지와의 관계에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도균은 적극적인 '양금석 바라기'다. 양금석이 아닌 다른 여성 출연자가 올까봐 마중 나가는 것을 꺼려할 정도다. 양금석은 그런 김도균을 두고 "부담스럽다. 나를 자유롭게 해달라"고 불평을 하면서도, "내가 없을 때는 어떤 여성 파트너와 시간을 보냈느냐"며 궁금증을 드러냈다.
새 여성 멤버 정수라 역시 '썸'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17회에서 첫 등장한 그는 "이곳에서 '썸'을 타고 싶다"며 "요리를 잘하는 남자면 좋겠다"며 구체적인 이상형을 언급했다. 이에 부합하는 인물은 서태화였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지닌 그는 매번 '불타는 청춘' 멤버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예고편에는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서태화와 정수라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불타는 청춘'은 우정을 빙자한 '썸'투성이다. 그들만의 풋풋함이 프로그램을 채운다. 게임을 위해 김국진은 강수지를 안아 올렸고,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쑥스러워 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흔히 등장하는 게임이지만, 두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양금석에게 직접 딴 복분자를 먹여주며 행복해 하는 김도균과 그런 김도균이 싫지 않은 양금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들 중년의 '썸'이 화려한 모양새는 아니다. 여타 프로그램들처럼 예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순간의 감정들을 포착하고, 소소한 설렘을 그려내는 정도다. 하지만 그런 소박함과 친근함이 '불타는 청춘'의 미덕이며, 덕분에 시청자들은 아리송한 그들의 '썸'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타는 청춘'은 진정한 '썸남썸녀'의 천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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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