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너사시' 하지원-이진욱, 우정 코스프레는 그만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7.19 07: 24

우정과 사랑 사이. 출생의 비밀만큼 드라마에서 숱하게 활용된 소재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창작집단 가일, 연출 조수원)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온 두 남녀의 성장담이 주된 내용이다. 연인은 아니지만, 친구 보다 가까운 사이. 그것이 그동안 하나(하지원)과 원(이진욱)의 관계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방송된 7회 속 하나와 원은 연인 그 이상이었다. 원은 하나가 연락두절이 되자 그의 회사를 찾아갔고, 서운함에 토라진 원에게 하나는 애교를 부렸다. 원은 하나의 곁으로 빨리 돌아오고자 일정이 빡빡한 출장을 택했고, 그 사이 하나가 외롭지 않도록 소소한 이벤트로 웃음을 안겼다. 하나는 원이 예고한 시간에 맞춰 그를 기다렸고, 포옹으로 그를 맞이했다. 술 기운을 빌려 옛 연인 서후(윤균상)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하나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도 원이었다. 서로를 친구로 칭했지만, 이 보다 완벽한 연인은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을 흔들어 놓아야 할 주변인물들이 상처를 받았다. 하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원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회사 후배 소은(추수현)에게 선을 그었다. 소은은 원의 사촌 누나이자 사무장인 미향(진경)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서후는 업무적으로 하나와 매일 소통해야 하는 상황을 이용했다. 하나를 자신이 머무는 호텔로 데려오는가 하면, 업무를 핑계로 하나를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후는 예나지금이나 하나와 원의 공고한 유대 관계에 그 어떤 균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대목은 일관성이 결여된 등장인물들이었다. 애착을 가지고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빼앗긴 하나는 실의에 빠졌다. 그는 원에게 "너에게 너무 의지했다. 앞으로 독립하겠다. 당분간 삶에서 남자는 아웃"이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하지만 후반부 만취한 채 원에게 업혀 귀가하는 하나의 뒷모습은 해당 대사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보기 어려웠다. 서운해 하는 원을 "우쭈쭈" 달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소은의 호감을 에둘러 거절하면서도 일말의 여지를 주던 원은 어느새 단호한 '철벽남'이 됐다.
'우정과 사랑 사이'란 소재에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누군가는 무심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절대 깨질 수 없는 우정이란 믿음을 가진 인물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관계가 조금씩 변해갈 때 시청자들은 설렘을 느낀다. 물론 그 과정은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한다. 흔한 소재지만 결코 쉬운 소재는 아닌 이유다. 원작인 대만 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는 두 남녀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두 남녀가 우정을 뛰어넘어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감질맛 나게 그려내며 사랑 받았다.
반면 '너사시'의 하나와 원은 처음부터 연인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었다. 과거 대학생 시절, 원을 좋아하던 여자 후배(강예빈)가 하나에게 막걸리를 뿌리고 잡초를 먹인 것도 우정을 빙자한 '어장관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자 후배의 말대로 두 사람의 '우정 코스프레'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긴 어렵다. 6~7%대 머물고 있는 시청률이 시청자 역시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두 사람만 모를 뿐, 이미 연애하고 있는 하나와 원. 전개에 있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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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사시'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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