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이 좀 이상하다. 아니, 연기를 너무 잘한 탓에 시청자까지 모두 속여넘겨 괘씸한 건가.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속 임주환이 맡은 정체불명의 미스터리남 최성재(임주환 분)에 대한 이야기다.
그저 사람 좋은 동네 경찰 쯤으로 여겼다. 까칠다정한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그런 전형적인 훈남 캐릭터 말이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그랬고, 방송 초반에만 해도 모두가 그런 착각에 단단히 붙들렸다. '보기드문 훈남경찰'이라는 소개글에 모두가 깜빡 속았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은 순애(김슬기 분)가 살아 생전에 짝사랑했던 경찰, 선우와 봉선(박보영 분), 그리고 순애 아버지인 명호(이대연 분) 주위에서 늘 웃는 얼굴로 맴돌던 그를 의심할 구석은 애초에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다 성재의 철저한 연기였다. 이렇게 되니 그의 포스터에 적힌 '인간의 본질은 선일까요? 악일까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7일과 18일 방송된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양서윤, 연출 유제원) 5~6회는 그런 성재의 정체가 표면으로 확실하게 드러나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성재는 식당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순애父 명호를 모른 척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혹여 동료 경찰이 눈치라도 챌까봐 거짓말로 둘러대며 다른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리게끔 만들었던 터.
그런 이후 명호는 무사한 채로 음식점에 걸어들어가는 명호를 발견하고 당혹해 했다. 미세하게 성재의 표정에 이는 드러났다. 그리곤 음식점 밖으로 나서는 순간, 명호가 건넸던 비타민 음료를 자동차 유리에 던져 산산조각을 내며 반전을 안겼다. 클로즈업도 안 된 찰나였지만, 성재의 표정은 아주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최근 이런 성재의 정체에 의심을 품게 하는 정황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서빙고 보살(이정은 분)은 성재의 사진을 보고는 "분명 같은 사람인데 다르다"며 그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고, 성재의 아내 은희(신혜선 분)는 성재의 책상에서 액정이 깨진 의문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이 휴대폰은 묘연하게 죽은 순애의 것인 듯한 분위기. 여전히 순애의 휴대폰을 정지시키지 않은 채, 꺼져있는 것을 수시로 확인하던 명호의 모습은 향후 이 휴대폰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할 것임을 짐작케 했다. 아직 구체적인 이유가 드러나지 않은 선우의 여동생 은희가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경위도, 혹시 이런 성재가 개입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던 회차였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재의 '오싹한 인격'을 느낀 시청자와 달리 극중에서 그에게 의문을 품은 이는 서빙고 보살만이 유일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보살은 처녀귀신 순애에 온통 정신이 집중된 상황이라, 여기에 더 기력을 쏟을 상황이 아니라 보는 이를 답답케 했다.
만약, 짐작대로 최성재가 순애를 살해한 범인이고, 앞으로 명호의 목숨까지도 노리고 있다면, 또한 그리고 아내인 은희나 방애요소가 된 봉순마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는 분명 역대급 '사패남'으로도 속색이 없을 정도다. 이는 전작들 '못난이 주의보', '빛나거나 미치거나' 등으로 입증됐던 그의 연기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 대목이기도 했다.
선우와 봉선의 달달한 로맨스에 정신을 팔려있던 시청자에게, 성재는 여름에 딱 어울린 만한 '섬뜩함'을 선사하며, 이들의 핑크빛 로맨스를 진득한 핏빛으로 물들이게 될까. 아직 채 드러나지 않은 성재의 정체에 많은 이들의 궁금증이 깊게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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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오 나의 귀신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