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웅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며, 딸 지온이의 곁에서 '아버지'로서 스스로의 모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렇게, 엄태웅은 '아버지'가 됐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87회는 네 명의 아빠들 송일국, 이휘재, 추성훈, 엄태웅이 자신의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쌓는 모습이 그려졌다. 부제는 바로 '어바웃 타임'.
이날 '슈퍼맨' 아빠들은 계곡으로, 숲속으로 캠핑(송일국)과 여행(이휘재)을 떠나거나, 검도장을 방문(추성훈)해 아이와 더 돈독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엄태웅 부녀는 좀 색달랐다. 엄태웅이 자라고 성장한 고향, 충청북도 제천으로 단 둘이 여행을 떠난 것.
이곳에서 엄태웅 부녀가 마주한 것은 바로 태웅이 태어난지 겨우 10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엄태웅父의 존재였다. 고인의 나이 서른넷, 엄태웅母 나이가 고작 스물 여덟일 때의 이야기다.
엄태웅은 아버지가 일하셨던 학교에서 과거 아버지의 제자였다는 김창진(59) 씨를 만났다. 그는 엄태웅의 아버지에 대해 "선생님이면서 멋쟁이셨다. 구레나룻도 있고 오토바리를 타고 다녔다. 굉장히 엄했지만, 모두가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엄태웅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타이에게서 처음 듣는 거라 털어놓으며,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엄태웅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남자로서, 형으로서, 동생으로서, 친구로서는 어땠을까가 항상 궁금했는데, 알 수가 없었다"며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 이렇다할 기억도, 추억도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누군가는 '육아 예능'을 내세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왜 이렇게 지온이가 아닌 아빠 엄태웅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는 거냐고 따질 수도 있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이는 '슈퍼맨'의 주체가 아이와 함께하는 아버지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도, 아버지의 아버지를 되새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날의 엄태웅의 에피소드가 그랬다.
엄태웅은 자신이 갖지 못했던 아버지의 추억에 대한 안타까워하고, 추억 한조각 없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그리워하는 것만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엄태웅은 소중한 딸 지온에게 더 좋은 아버지로서 더 다양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서 애를 쏟는 '슈퍼맨'이 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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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