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령이 처절한 오열로 안방극장을 긴장하게 했다. ‘여왕의 꽃’에서 이성경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흘린 눈물은 그가 벌일 또 다른 거짓말을 걱정하게 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딸의 행복마저 무참히 짓밟을 가능성이 높은 엄마 김성령의 오열 연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는 지난 1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38회에서 그동안 제자처럼 아꼈던 강이솔(이성경 분)이 사실은 자신이 버린 친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레나정을 연기했다. 레나정은 성공을 위해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인물. 뛰어난 지략으로 시어머니인 마희라(김미숙 분)와의 기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상황. 이 가운데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사실은 살아 있고, 심지어 그동안 친근하게 생각한 이솔이라는 사실이 38회에서 펼쳐졌다.
전 남자친구이자 증오만 남은 서인철(이형철 분)로부터 진실을 확인한 순간 레나는 눈물을 쏟아냈다. 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모성애가 있는 엄마였으나, 그 딸이 이솔이라는 사실에 기쁨보다 충격이 큰 것. 레나는 성공의 사다리인 박민준(이종혁 분)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솔이 친딸인 이상 민준의 배다른 동생인 박재준(윤박 분)과의 결혼은 어려운 상황. 물론 재준 역시 출생의 비밀이 있는 듯 보여 향후 재준과 이솔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현재까지는 레나가 한 행동으로 미뤄봤을 때 이솔과 재준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치밀한 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딸의 행복을 가로막는 무정한 엄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레나의 그동안의 성공을 위한 진흙탕 싸움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이날 레나의 처절한 오열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이솔에 대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이솔을 최대한 자신의 곁에서 멀리 두기 위해 발악을 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
레나의 오열은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제 막 행복을 찾은 재준과 이솔에게 또 다시 불행이 예고되는 장면이 바로 레나의 눈물이었다. 김성령의 감정에 몰입해 일그러진 얼굴과 뚝뚝 떨어지는 눈물, 그리고 갈라지는 목소리는 레나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향후 악행을 짐작하게 했다. 마음껏 울어대며 아픔과 분노를 표출하는 김성령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김성령은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다. 그는 자극적인 전개로 개연성이 부족한 ‘여왕의 꽃’에서 독기 강한 악녀 3인방 중 하나다. 다만 그가 연기하는 악녀인 레나는 생계형 악녀. 김성령은 나이를 잊게 하는 미모는 물론이고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는 레나의 벼랑 끝 전술을 흥미롭게 연기하는 중이다.
드라마가 한 회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보이고 있는데도, 김성령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연기하며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연기 내공으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며 드라마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편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와 그가 버린 딸이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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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