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하정우, 천만감독 최동훈 만난 상하이 총잡이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7.20 09: 08

배우 하정우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다. 윤종빈부터 김기덕까지 다양한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고, 그 만큼 여러 가지 캐릭터들을 선보였다. '다작 배우'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낯선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낭만적인 남자'다. 그 하정우가 '도둑들'의 천만감독 최동훈을 만나 화려하게 변신했다. 테러리스트 아닌 낭만리스트로.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은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멋진 하정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맡은 인물은 상해서 활동하는 살인 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이다. 묘한 여유로움을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유쾌하되 진중하고, 차갑되 따뜻하다. 안옥윤(전지현) 무리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고 충실한 조력자 영감(오달수)과 경성으로 떠나지만, '돈만 받으면 누구든 죽여준다'는 그의 평소 작업 방식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간다.
이유는 자꾸만 마주치는 여자 안옥윤에 있다. 상해 미라보 여관 1층 카페에서 각자 커피를 마시던 두 사람은 불시 검문을 피해 부부 행세를 한다. 하와이 피스톨은 잠시 아내였던 여자에게 자신의 스카프를 매어주고 떠난다. 그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된다. 독립군과 친일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하와이 피스톨은 사람을 죽인 후에도 태연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속 모를 사내.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그의 과거와 본 모습이 드러난다.

이름부터 매력적인 캐릭터와 맞물려 '멋짐'을 마음껏 발산하는 이가 하정우다. 그의 대표작들을 떠올려 보면 그의 캐릭터들은 거칠거나 지질했다. '추격자'(2008)에선 "여기 망치나 몽둥이 있어요"라고 묻는 소름 돋는 연쇄 살인마였고, '비스티 보이즈'(2008)에선 "사랑한다고, XXXX"라며 여자를 때리는 뻔뻔한 호스트였다. '러브픽션'(2012)처럼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에도 출연했고, '베를린'(2013)처럼 화려한 액션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낭만과는 거리가 있었다.
즉 하와이 피스톨의 낭만은 하정우의 기존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극중 상황과 무관한 흥미를 유발하는 특유의 '먹방'은 없다. 멋지게 기른 콧수염에 단정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 깔끔한 옷차림 등 세련된 외양을 자랑한다. 심지어 그가 사용하는 독일제 발터 PPK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사용한 권총이다. 어느 순간부터 상황과 설정이 멋있게 보일 수밖에 없는 판타지를 자극한다. 어쩌면 MBC '히트'(2007) 이후 오랜만에 멀쩡한(?) 남자주인공이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과 하정우의 첫 호흡이다. 두 사람은 재작년 부산영화제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것이 출연으로 이어졌다. '암살'에서 하정우가 안기는 신선함은 하정우의 기존 친근한 이미지에서 우아함을 읽어낸 최동훈 감독의 혜안이자, 수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늘 새로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하정우의 성실함으로 볼 수 있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정우 외에도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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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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