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까지 죽이며 차지했던 어좌였건만,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자리를 뺏겼던 광해. 올라가는 과정은 힘겨웠지만 내려오는 과정은 너무나 허망했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고, 백성을 지키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휘둘렀던 칼날들. 도대체 뭐가 잘 못된 것일까.
MBC 월화극 ‘화정’은 혈육까지 죽이며 왕위에 올랐던 광해(차승원)와 광해를 반정으로 몰아낸 인조(김재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광해는 명에 대한 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신하들을 반대하며 자주적인 조선을 꿈꾼다. 자주를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하는 것은 당연지사. 광해는 화기를 자주 조선을 위한 도구로 삼고, 화기도감을 설치해 무기개발을 한다.
이런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던 신하들. 결국 능양군이라는 왕족을 앞세워 반정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20일 방송에서는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능양군에게 어좌를 내어주는 광해의 모습이 그려졌다. 광해는 반정의 기운을 감지하고, 이에 맞서는 방책을 세우기보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는 쪽을 택한다. 납치된 정명(이연희)을 구하고, 주원(서강준)을 지켰고, 화기도감 사람들을 구해냈다.
이를 위해 그는 능양군에게 싸움다운 싸움 한번 해보지 않고 어좌를 버린채 궁을 나왔다. 광해는 “내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이 남아서 내가 못다 이룬 일들을 해내주길 바란다”고 독백을 했다. 정명을 찾아가 “승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방송 말미 차승원은 자신이 힘겹게 이룬 자리를 버리고 나와야 하는 광해의 슬프고도 안타까운 심정을 연기하며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그는 자신을 위해서 살아왔던 김여진(김개시 역)를 지켜주지 못함을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렸고, 자신의 사람을 아꼈던 광해의 심정을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했다.
서자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딛고, 혈육을 죽였다는 비판 속에 왕위에 올랐던 광해. 왕위에 있으면서도 항상 대신들의 견제 속에 살아야했다. 차승원은 현명하면서도 자상한, 또 외로웠던 광해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차까지 얼마남지 않은 차승원. 많은 명품배우들이 출연했던 ‘화정’이지만, 이 드라마는 차승원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bonbon@osen.co.kr
‘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