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음악예능의 위험..TV 킬드 K팝스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7.21 06: 52

[OSEN=박영웅의 얼리버드] 이쯤 되면 막강한 권력이다. 거대한 팬덤없이 노래 한 번 알리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잘 키운 음악 예능은 무명 가수를 단 번에 스타로 만든다. 대중은 더 이상 히트곡을 만들어 내는 주체가 아니다. 그저 방송사에서 선별한 플레이리스트 안에서 히트곡이 선택될 뿐. 사지선다형 선택지에서 답을 고르듯, 그렇게 히트곡은 탄생된다. '무한도전 가요제'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등 음악예능 속 음원 열풍은 올해도 반복될 것이다.
 물론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대중에 알려지는 건 크게 반길 일이다. 그간 소리없이 힙스터들의 지지를 받았던 인디밴드 혁오는 '무한도전'을 통해 대세로 떠올랐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장르씬에서만 실력을 인정받던 래퍼들이 차례로 대중에 소개됐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는 '무한도전'에 삽입되면서 다시 차트 1위에 올랐고, 복면을 쓰고 진솔한 노래를 들려준 연예인들은 주말 검색어를 독차지한다. 더욱 거세진 예능의 힘은 올해도 유효하다.
 대중 매체의 막강한 영향력이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가요계의 방송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많은 가수들이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음악보다 방송으로 존재감을 어필해야 한다는 점은 씁쓸하다. 더 이상 음악만 잘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방송을 타고 이슈가 돼야 그나마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게 현실. 게다가 방송 출연도 기획사의 규모가 커야 가능한 일이니 그들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방송의 힘이 막강해진 만큼, 그들의 책임있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쇼미더머니'의 경우를 보자. 송민호의 가사 논란이나 블랙넛의 선정적인 퍼포먼스, 볼썽 사나웠던 싸이퍼 미션 등 스포츠 정신 운운하며 자극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등 모순 투성이다. 이는 장르 문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더더욱 위험하다. 결국 ‘힙합은 원래 그렇게 해도 되는 거 아니냐?'는 일부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방송이 앞장서 인정하는 꼴이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제작진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일. 노이즈 마케팅으로 화제몰이에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음악씬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신보를 발표한 가수들은 3분 가량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게다가 음악 방송 프로그램도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에 집중되어있고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하는 현 가요계의 분위기상 이슈 메이킹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방송 한 회에서 이슈를 보장받으면 극적인 성장스토리에 감동, 그리고 음원공개까지. 게다가 주말 황금시간대에 홍보시간을 배정받고 곧바로 음원을 출시하는 것, 이보다 확실한 프로모션은 없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외국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뮤직비디오의 신드롬을 알린 1970년대 말. 영국그룹 버글스는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기존 가수들의 생명력이 급격히 짧아진 당시 음악계를 비꼬았다.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이 곡은 뮤직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 당시 현실을 노래했고, 이후 뮤직비디오 스타를 죽인 건 다름 아닌 TV 속 리얼리티였다. 또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연 가수들의 음원이 순식간에 차트를 점령하자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는 '리얼리티 킬드 더 비디오 스타(Reality Killed Video Star)'란 곡을 발표한 바 있다. 연말마다 반복되는 오디션 음원 소식에 해외 가수들이 반발한 사례도 여럿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노출되는 것이 음악무대 보다 효과적인 홍보 창구가 된 세상이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리얼리티, 오디션 등 음악은 이제 더 이상 음악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 또 다른 자극적인 어떤 것들에 점령당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재능있는 뮤지션을 예능만으로 알리는 건 한계가 있다. 음악의 다양성과 실력파 뮤지션의 발굴. 이제 방송을 계기로 자리잡은 대중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방송사는 단순히 시청률 좇기가 아닌 양질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해 반복되는 음악 예능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풍. 어쩌면 '다양성'의 탈을 쓴ᅠ'획일성'의 또 다른 그림자일지 모른다. /[팝 컬럼니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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