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횃불이 켜지고 칼을 뽑아든 거사는 세력구조가 재편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것은 중립 외교를 고집했던 광해의 몰락과 새로운 왕 인조의 등장을 의미한다. '화정' 차승원은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본인 역시 자신이 무너져간다는 것을 알고, 주변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보호했다. 그는 김재원이 치고 올라올 것을 진작부터 예감했다.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고 따르던 차승원이 물러나고, 탐욕과 호기가 넘치는 김재원이 왕좌에 앉았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 29회는 능양군(김재원 분)이 광해(차승원 분)를 무너뜨리고 반정을 일으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광해는 능양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권력의 추가 옮겨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능양은 광해가 없는 틈을 타 어좌에 앉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광해는 이날 강주선(조성하 분)의 장자 강인우(한주완 분)에게 정명이 납치된 위치를 찾아낸 후 정명과 주원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광해는 또 상선에게 화기도감 사람들이 목숨을 다치지 않게 궁 출입을 봉쇄하라는 하명도 잊지 않았다. 이날 피로 얼룩진 능양군은 인조반정을 일으키고 왕좌에 안착했다.
후금의 포로로 잡혀갔던 홍주원(서강준 분)은 무사히 돌아와 정명공주(이연희 분)와 재회했다. 광해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까지 자책하지 말게. 어떤 순간이 찾아와도 그리해선 안되네"라며 . 이 시각 능양은 중신들을 불러 모아 "주상이 오랑캐에게 투항하고 나라를 넘기려했던 징좌"라면서 광해를 오해하게 만들어 조선을 바로세우려한다는 자신의 반정에 정당성을 실었다.
광해는 동생 정명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것이 너에게 할 마지막 일이다. 너에게 말을 전하는 것이. 승리하거라 정명아. 반드시 너는 그들과 함께"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자신이 힘겹게 이룬 어좌를 버리고 나와야 하는 광해의 안타까운 심정을 극대화시켰다. 차승원의 슬프고 외로운 표정과 말투를 통해 사람을 아꼈던 광해의 심정을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됐다.
결과는 개혁파의 완승. 능양은 한 마리의 하이에나처럼 날카롭고 표독스러웠다. 이날 능양을 연기하는 김재원에게 살기가 느껴졌을 정도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능양군의 새로운 목표는 정명을 없애는 것. 화기도감 장인들과 주원이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보위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선의 새 시대가 열렸다. /purplish@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