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가 방송인 유재석을 품으면서 한성호 대표는 최근 가장 '핫'한 이슈 주인공 중 한 명이 됐다. 가수에서 거대 공룡 회사의 수장이 된 한 대표. 그의 생각, 혹은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아무리 어려웠던 순간에도 직원 월급은 단 한 차례로 밀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빚도 많았다. 한 대표는 "개인적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빌린 돈도 많았다. 그래도 돈을 빌렸어도 직원 월급은 한 번도 밀려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상무가 있다. 그 분이 어느 날 '대표님을 믿고 따른 이유는 회사가 어려우면 직원 월급부터 안 주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님은 직원 월급이 안 밀린 것에 대해 믿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본인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기본을 지키는' 신뢰가 멀리 유재석 영입으로까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6일 세상에 알려진 유재석 영입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인 지분만 300억이 폭등했다는 기사나 나왔다"라고 운을 떼자 한 대표는 "그랬다고 하더라"며 웃어보였다. "연예인 재벌 랭킹 3, 4위를 왔다갔다 한다는데 체감하나"란 추가적 질문에 "잘 모르겠다"란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돈을 쫓아 일을 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중간에 힘들었을 때도 그렇고, 상장을 앞두고도 그랬죠. 직상장을 못 할 테니 같이 하면 수월한 방법이 있으니 지분을 현금으로 줘라, 이런 얘기를 수 십 번, 수 백 번 들었어요. 그래
도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어요.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원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돈을 위해서 회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던 거라 그래요. 그래서 상장이라는 찬스가 왔던 거죠. 중간에 '얼마를 더 벌어야지' 이런 식으로 했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주식가치가 어떤 것을 떠나 하고픈 게 너무 많아요. 진짜 더 많은 밴드를 만들고 싶고, 다른 음악 장르에서 수많은 스타를 만들고 싶고 드라마, 예능도 그렇고 전반적인 문화 엔터에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러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했습니다."
가수, 배우를 넘어 종합엔터테인먼트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FNC. 현재까지는 그 방점을 유재석이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유재석의 영입 배경과 그 속사정에 대해서도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비밀스런 인연이 있다', '오랫 동안 물밑작업을 했다', '정형돈이 설득했다' 등. 이에 한 대표는 다시금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코드, 즉 인간적인 소신이 맞았어요."
한 대표는 유재석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고. 그는 "송은이 선배를 통해 (내)얘기는 들었을 거다. 그래도 실제로 SBS '동상이몽'에 출연해 처음 봤다"라고 항간의 추측에 대해 잘라말했다. "그럼 정형돈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된 건가? 본인의 인연보다 정형돈, 송은이의 간접증언이 효과가 있었나"란 덧붙인 질문에 "그게 도움이 됐을 거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형돈이는 (회사에 온 지)얼마 안 돼 나에 대해 잘 몰랐을 거예요. 유재석 씨와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유재석 씨의 성향이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고, 합리적인 선에서 일할 수 있는 걸 선호하더라고요. 거기에서 공감대를 많이 형성했어요. 내가 어떤 조건을 들이밀었으면 계약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신 내 얘기를 많이 하고 유재석 씨의 얘기를 많이 들었죠. 그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유재석 씨가 회사에 들어간다, 안 간다의 마음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였어요."
처음 FT아일랜드로 시작할 당시, '밴드하는 보이그룹'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부터 한 번도 '안 될 것'이란 의심이 없었다는 한 대표. 이번에도 '유재석과 함께 할 것이다'란 자신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사실은 5년 동안 수많은 회사가 해도 안 움직였는데, 어떻게 우리 회사에 오겠다는 생각을 했겠나. 그런데 저는 그렇다. 연예인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정말로 진실되게 소신있게 하면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계약의 문제를 떠나 적어도 비전이 통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과 몇 시간 정도 얘기 했나?"라고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더하자 한 대표는 "오래 얘기하고 여러 번 만났다"라고 대답, 두 사람이 그래도 충분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거쳤음을 드러냈다. 계약 얘기는 거의 직전에 했다고. '계약이 이뤄진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 묻자 "서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란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모든 회사와 아티스트, 콘텐츠가 함께 살아야한다는 주의예요. 우리가 앞으로 예능을 제작하든 드라마를 제작하든 마찬가지죠. 좋은 아티스트가 (그 작품을)해야 될 경우가 있고, (우리 아티스트가 나서서)콘텐츠를 살려야 되는 경우가 있어요. 회사와 아티스트가 함께 사는 것, 상식적인 것 , 바르고 정직하게 하는 게 유재석 씨 생각과 맞지 않았나 싶어요."
"유재석과의 계약 이후 돌아올 반응들을 예상했나?"라고 묻자 한 대표는 웃으며 "어느 정도는 놀랄 거라고는 생각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일 줄은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유재석 씨가 거창한 걸 부담스러워해요. 기사에 '유느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국민MC라고 불리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죠. 두드러지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예요."
하지만 유재석은 그가 부정한다하더라도 현재 '유느님', '국민 MC'다. 이런 유재석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 "앞으로 유재석을 어떻게 매니지먼트 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한 대표의 대답은 지금까지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늘 그랬듯이 서로 코드가 맞으면 얘기하고 상의하는 데 문제가 없어요. 유재석 씨처럼, 해외에서 배우와 아티스트가 아닌데 인정받는 예능인이 되는 건 쉽지 않죠. 중국에서 유일하게 예능 MC 중에서 성장성, 팬덤이 제일 큰 분이기도 하고요. 그 만큼 이미지가 좋고, 자기관리가 뛰어난 분이예요. 그런 부분에서 회사에서 잘 서포트를 해줘서 배우, 가수 뿐 아니라 예능인으로서도 한류가 외국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선두주자가 되게 하고 싶어요. 그 분야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서포트를 잘 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FNC는 유재석에게 더 넓은 '판'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야기다. "국내 뿐 아니라 아직까지 전례가 없다. MC가 한류로 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나"란 이어진 질문에 한 대표는 "예능 MC를 할 수 있는 콘텐츠 파워를 갖고 아시아 시장에 나가는 것을 유재석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단순히 '예능인' 유재석을 영입하려 했으면 안 했을 것이다. 예능을 한류시장에서 보고 그 선두주자가 된다면 FT아일랜드, 씨엔블루가 한류 밴드로 처음으로 한류를 이끌고 나갔듯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서포트를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았다"라고 전했다.
결국 한 대표가 그리는 큰 꿈은 인간 한성호의 성공, 소속 가수들의 성공이 아니라 이 같은 '종합엔터테인먼트'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하나를 이룬 순간 다음 꿈을 꾸고 있다는 그다. "이런 생각은 언제 시작한 것인가?"란 질문에 그는 "처음부터 그랬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지금 저렇게 있는 대형회사처럼 해야지'라고. 제가 제 스스로를 보면 허무맹랑한데, 나는 항상 꿈꾸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뭘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거기에 늘 올인하고 매진했던 사람이다. 회사에 오래 계셨던 본부장님이 계신데 처음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 친구가 꿈이 참 크네' 이랬다더라. 그런데 요즘엔 '그 때 한 대표가 얘기한 걸 하나씩 이뤄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나는 지금도 다른 꿈을 꾼다.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일 한다"라며 목표를 정해두고 한 단계씩 꾸준히, 그리고 돌진하는 본인의 기질에 대해 설명했다.
한 대표가 꾸는 '다른 꿈'이라는 얘기를 좀 더 듣고 싶다고 하자 그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라며 웃어보였다. "저는 좋은 아티스트, 좋은 예능프로그램, 좋은 드라마 이런 것도 하고 싶지만, 더 나아가서 회사가 어느 정도 될 때 다음 스텝은 뭘까란 생각을 해요. 엔터 산업에 어떤 가지치기가 좋을까란 생각이요. (과거에)밴드 시장이 비어있는 것을 봤듯이 그런 텀을 항상 봐요.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나아가고 싶어요. 저는 그리고 약간 안주했다, 됐다, 싶으면 일을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버거울 정도로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해요. 그래야 죽을 만큼 일을 하는 스타일이니까요.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해요. 어렸을 때 너무 1등이 하고 싶어서 1등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반에서 10등 정도였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이 흰 선을 다 밟으면 1등이 될 거야' 이런 생각을 했죠(웃음). 그러니까 모든 생각이 거기에 다 맞춰져 있었던 거예요. 사소하게 걸을 때도 거기에 포커싱이 맞춰 있던 것처럼 지금도 사실 그래요. 똑같죠."
가수로 시작해 배우, 예능인. 이제는 굵직하고 많은 국내 대표 연예인들이 의지하는 소속사가 됐다. 예전처럼 소속 연예인들과 가족적인 매니지먼트가 어려울 법 하다. 어떤 식으로 이들을 관리 할 지 궁금했다.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래서 제가 더 부지런해져야돼요. 예전에는 작은 공간에 같이 있으니 얼굴을 자주 마주쳤어요. 지금은 가수들은 여전히 제가 녹음실에 가서 마주치고 얘기를 할 때가 많은데, 배우나 예능 쪽은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서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어요. 배우는 작품하기 전에 만나 뭐가 좋았고, 부족했는지 얘기를 듣는 거예요. 전 회사에서 직원이나 아티스트 중에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손수 카드를 써요. 루틴하게 이런 식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정한 저만의 방식을 만들어 놓는거죠. 워크샵도 그래요. 아이들이 끼리끼리 놀게 할 수 있는데 꼭 함께 하죠. 내가 애들하고 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애들은 '대표님이 오면 불편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도 불편해요 하하. 나도 내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노력하는 거죠. 루틴한 방법들을 만들어 거기에 맞춰서 하려고 해요."
더불어 그는 자신만의 '사람 보는 기준'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저는 뛰어나게 촉이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 좋아요. 너무 뛰어난 사람이 전체 공동체를 흔드는 건 원치 않죠. 전 스스로 생각해요. 제가 뛰어나게 천재적인 아티스트, 프로듀서가 아니라고. 다른 분들이 훨씬 잘하시죠. 그 분들이 1시간하는 것을 나는 100시간 해야 한다는 주의죠. 그리고 그 100시간을 해서라도 꼭 가고요. 모든 직원도 마찬가지에요. 서툴 수 있는데 성실하고 선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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