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나를 돌아봐' 잡음 가득 출발, 위기를 기회로 삼을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7.21 14: 22

KBS 2TV 새 예능 '나를 돌아봐'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기획의도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조영남과 김수미의 사건으로 '타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지사지'의 콘셉트를 제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일단 첫 시작은 좋다(?). 문을 닫는 순간까지 처음의 의도대로 잘 흘러가는지가 관건이다.
'나를 돌아봐' 측은 21일 오전 OSEN에 "내일 촬영 내용은 (출연진들이)스스로를 돌아보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짝을 이룬 조영남 이경규, 김수미 박명수, 최민수 이홍기가 서로를 보살펴주면서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반성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8일까지 4주동안 파일럿 편성됐던 '나를 돌아봐'는 시청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정규 편성되는 기쁨을 누렸다. 허나 그 기쁨도 잠시, 출연자들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3일 오후 열린 제작발표회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조영남과 김수미가 본인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살린 거친 입담을 통해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시킨 것이다. 그간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 간에 보이지 않는 묘한 신경전은 있었어도, 이렇게 대놓고 싸우는 전면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미는 조영남에게 돌직구식 발언을 날렸고, 조영남도 자유로운 영혼처럼 현장을 홀연히 떠나버렸다.

김수미는 이날 "후배라도 바른 말 하는 걸 들어줘야 '나를 돌아봐'다. (조영남 편의) 분당 시청률이 가장 낮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야지"라고 공격하면서 조영남의 하차 의사에는 "그러세요. 그럼 빠지세요. 윤PD, 빨리 섭외해"라는 말로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MC 조우종은 "조영남이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현장을 떴다"고 해명했지만 김수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 같은 시간인데 왜 가냐. 사람이 노망났나 봐"라고 조영남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조영남이 이날 곧바로 하차를 통보하면서 이경규와 제작진의 간곡한 요청에 7시간 만에 합류했고, 김수미도 3일 뒤인 16일 하차를 통보했다가 지난 20일 4일 만에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두 사람은 거친 언행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고,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끝에 다시 만났다. 그야말로 진정한 '나를 돌아봐'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두 사람씩 조를 이룬 세 팀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는다. 직설화법의 대가 김수미와 그에 만만치 않게 막말을 일삼는 박명수가, 깐깐한 이경규와 자유영혼 조영남이, 의리를 외치는 터프한 남자 최민수와 통통 튀는 남자 이홍기가 한 팀을 이뤘다. 눈을 씻고 봐도 어디하나 쉬운 팀은 없다.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들이 앞으로 달라질 모습에 기대가 쏠린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 같이 화를 내기 일쑤다. 3초만 숨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보면 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제어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으로, 유연하게 바꾸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나를 돌아봐'가 일깨워줄 것으로 보인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천 번 성공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제작진이 내세운 기획 의도가 충분히 전해진 셈이다. 조영남과 김수미가 그랬듯 남이 저질렀던 행동을 내가 똑같이 겪으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교훈을 '나를 돌아봐'가 알려주길 기대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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