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인상적인 재벌 3세 캐릭터를 선보였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는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영화 '암살' '협녀' 등과 함께 올 여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베테랑'은 유아독존 재벌3세와 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담은 작품이다.
'베테랑'은 유아인의 첫 악역 도전이다. 영화 '완득이'(2011), '깡철이'(2013), JTBC 드라마 '밀회'(2014) 등을 통해 유약하면서도 강인한 청춘의 표상을 보여줬던 그다. 이번에는 순수를 내려놓고 지질함과 난폭함을 입었다.
조태오는 재벌3세로, 상습적인 약물 복용은 물론 예측불허 망나니짓을 일삼는다. 뒷수습을 책임지는 든든한 배경과 충실한 조력자 최대웅(유해진) 상무 덕분에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유유히 미소 지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얄미운 그의 발목을 잡은 이는 광역수사대 서도철(황정민)이다. 조태오는 언제나처럼 임금 체납으로 1인 시위를 하던 운전기사(정웅인)을 상대로 잔인한 행각을 벌이는데, 그로인해 조태오는 서도철의 타깃이 된다.
조태오는 설정만으로는 전형적인 '광기 어린 악역'이다. 하지만 유아인의 조태오는 좀 더 풍성하다. 고급 정장에 호감형 외모 등 모든 것을 갖춘 그이지만 태생적인 자존감의 결핍을 숨기지 못한다. 때문에 나약한 사람들을 짓밟고 괴롭히면서 자신을 확인한다. 천진한 미소 뒤에는 주어진 환경 탓에 삐뚤어진 성정이 숨겨져 있고, 그것이 폭력적으로 드러날 때 긴장감은 증폭된다. 백미는 후반부 서도철과 대치 장면이다. 유아인은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황정민과 쟁쟁한 경합을 벌인다.
일부 설정은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지만,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류 감독은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공의에 합당한 복수를 할 수 있는 악당을 생각하다 보니까 조태오처럼 괴물같은 인물이 나왔다. 조태오라는 개인 보다는 그런 괴물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더 중요했다. 조태오라는 인물이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랐다면 평범하게 자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8월 5일 개봉. /jay@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