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액션과 은근슬쩍 비틀기.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작품을 내놨다. 바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 '베테랑'(제작 외유내강)이다.
'베테랑'은 출연 배우들의 표현대로 청량감이 가득하다. 이 영화는 능청스러운 형사 서도철로 분한 황정민, 연기에 도전한 톱모델 장윤주의 발랄한 등장으로 시작을 알린다. 류 감독이 영화 '부당거래'를 통해 경찰 조직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면, '베테랑' 속 광역수사대는 건강함 그 자체다. 서도철을 중심으로 광역수사대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주는데, 이는 유아독존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을 쫓는 원동력이 된다.
명동 8차선 도로를 통제해 만든 차추격전부터 좁은 집안에서 펼쳐지는 대결신까지,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의 인장이 확실한 작품이다. 신나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진 스타일리시하면서 생생한 액션신들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광역수사대가 밝음을 담당했다면, 조태오로 대표되는 추잡한 재벌가는 현실의 씁쓸함을 담아낸다. 하지만 곳곳에 유머를 배치하고 경쾌한 템포를 얹어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에 충실함을 보여준다.
'발견'도 있다.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정만식, 정웅인 등 '선수'들이 기대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면, 유아인은 첫 악역임에도 불구 스크린을 압도하는 장악력을 보여준다. 조태오는 단순한 악역 이상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보여주는데, 후반부 황정민과 대치 장면에서 그의 광기는 폭발한다. 코미디와 액션을 넘나들며 웃음을 선사하는 장윤주(미스봉 역)와 오대환(왕형사 역), 당당한 아내상을 보여주는 진경(주연 역) 등도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베테랑'은 잘 만든 오락 영화다. 특히 올해 상반기가 한국영화에 있어 다소 우울한 분위기였기에 특히 반가운 작품이다. 2주일 앞서 개봉하는 '암살' 역시 지난 13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 호평을 받고 있다. 개성 강한 두 감독, 대자본의 투자, 화려한 캐스팅 등 여러모로 닮은 꼴인 두 작품이다. '베테랑'과 '암살'을 통해 충무로가 상반기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jay@osen.co.kr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