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캐리'라는 말이 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를 뜻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시작된 용어다. '하드캐리'란 단어를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 사용한다면, 이날 가장 큰 웃음을 안긴 이국주에게 해당됐다.
이날 방송은 '만찢남녀'(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녀의 줄임말) 특집으로, 이국주를 비롯 방송인 홍석천, 가수 지민과 주헌이 출연했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캐릭터 버즈 닮은꼴로 꼽힌 이국주는 주체 할 수 없는 끼와 흥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재치 있는 입담은 물론,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등 만능 예능인이었다. 오랜 만에 MBC 출연이라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이도 잠깐이었다. "등 파인 옷을 입고 나오겠다"는 말로 폭소를 자아냈다.
이국주는 흥미로운 과거 일화들을 쉼 없이 털어놨다. 무료 양악수술과 광고비 4억 원 등 솔깃한 제안을 받았지만 "수술이 아플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사연, 차량은 반파됐지만 멍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던 교통사고, 동료 개그우먼 정주리가 임신으로 힘들어 하자 새벽 3시에 그의 집을 찾아 위로해준 일, 과거 남자친구로 오해를 산 방탄소년단 진에 대한 해명, 6kg을 감량 시켜준 곤약 다이어트까지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유쾌한 것은 사연의 내용 보다 이국주의 입담과 순발력이었다. 배우 하재숙과 비교하며 "입술이 예쁘다"라는 칭찬에 "잘 쓰지 않아서 그렇다"고 응수하거나, 진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평소에는 '뚱뚱'하다고 하면서, 그럴 때는 '통통'으로 치더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식이었다. 지민과 주헌의 랩 배틀을 패러디해 홍석천과의 만담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주헌의 무대에 함께 올라 현란한 댄스 실력을 보여줬다.
무대 이후 보여준 눈물은 의외였다. '자학개그'도 서슴지 않는 당찬 이국주였지만, 여린 면모는 '반전'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온 MBC라서 감회가 새롭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006년 MBC 15기 공채 출신 개그맨인 이국주에게 MBC는 친정이었다. 하지만 MBC는 공채 개그맨들에게 다소 척박한 토양이었고, 그 역시 타 방송사에서 성장했다. '라스'는 힘들게 돌아온 이국주에게 친정에서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의 거침없는 망가짐에 시청자들은 웃고 울었다.
이날 MC 김구라는 연예인의 염치없음에 대해 말했다. 김구라는 "이경규가 오래 가는 이유는 염치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국주에게 체중에 대해 조언했다. 이어 이국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김보성 선배를 흉내 냈다"며 "당시 남자친구가 '정말 멋있다'고 말해줬다. 예쁠 수는 없지만, 멋있는 여자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라스'를 홍석천과 함께 '하드캐리' 이국주는 정말 '염치 없는' 멋있는 예능인이었다. /jay@osen.co.kr
'라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