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홍석천은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면 일부러 찾아보는 방송인이 됐다. 국내 유일 커밍아웃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살린 멘트를 서슴없이 내뱉으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도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홍석천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예능인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홍석천은 첫 등장부터 MC 김구라의 축하를 받았다. 얼마 전 미국에서 합법화 된 동성결혼에 대해 김구라가 축하의 멘트를 날린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미국으로 이민 가면 되겠다는 김구라의 말에 “떠나란 얘기죠 지금?”이라고 답하며 홍석천은 “저래서 구라는 싫어 내가”라며 방송 초반부터 김구라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홍석천은 방송 내내 게이 빨(?)을 살린 이야기와 자신의 근황을 적절히 섞어가며 방송에 재미를 더했다. 남자 보는 눈은 정확하지만 여자 보는 눈은 떨어진다는 홍석천이 김태희를 처음 보고 주인공 감으로 의심했던 반면 김우빈을 보자마자 “얘는 한류스타다”라고 확신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촉’을 자랑했다. 이어 본인이 이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이야기를 꺼내며 신인 후배들은 언제든지 찾아와서 밥을 먹어도 된다며 통 큰 사장님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홍석천은 과거 대학 입학식 때부터 눈에 띈 여학생에게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했던 이야기와 결혼식과 돌잔치의 축의금을 돌려받을 방법으로 가수 왁수와 결혼해서 이제껏 냈던 축의금을 걷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MC 윤종신은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결혼식은 가능하다며 홍석천이 결혼식을 올린다면 “당연히 가겠다”고 밝히며 김구라 역시 이에 동의했다. 홍석천은 연예인으로서 이슈 메이킹을 위해서도 결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김구라의 말에 “게이 빨이 떨어져서 결혼 빨(?)로 가야겠다”며 자기 디스’도 서슴지 않으며 토크의 재미를 살렸다.
10여 년 전 커밍아웃으로 인해 잘나가던 방송인에서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홍석천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어느 덧 방송가를 종횡무진 하는 인기 방송인이자 9개의 레스토랑을 가진 오너가 됐다.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홍석천은 더 이상 게이 빨이 떨어졌다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에게는 이미 ‘홍석천 빨’이 있으니 말이다.
한 편 이 날 ‘라디오스타’는 ‘만찢남녀’ 특집으로 홍석천을 비롯해 개그맨 이국주와 가수 지민과 주헌이 출연했다. / nim0821@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