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재영의 폭넓은 연기가 안방극장을 삼켰다. 부모처럼 믿고 따르던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져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유언을 듣고 각성해 긴장한 표정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으로 한 회를 가득 채웠다. 정재영은 미세한 표정 변화 만으로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연기로 시청자를 끌고나갔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 3회에서는 국회에 입성하는 진상필(정재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진상필은 경제시 보궐선거에 당선됐지만, 크레인에 올라간 배달수(손병호 분)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듣고 좌절했다. 배달수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진상필은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다. 함께 복직 투쟁을 했던 동료들도 그를 배신자라고 낙인 찍고 비난했다. 진상필은 숨어버렸다.
하지만 진상필은 배달수가 크레인에 올라가기 전 남긴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고 눈물을 쏟으며 각성했다. 배달수는 국회의원이 된 그에게 "축하한다"고 전하며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희망을 주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라"고 그의 마음을 알아준 것. 배달수는 진상필에게 "박수 받는 국회의원이 되면 크레인에서 내려오겠다"고 전했다. 이에 진상필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배달수가 마음 편안하게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게, 마음을 다잡고 국회에 출석했다.
진상필이 잠적한 사이 야당은 그에 대한 제명안을 제출하고 박춘섭(박영규 분)은 진상필을 공천한 백도현(장현성 분)에게 당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치열하고 긴박한 시간이 이어졌다. 이에 진상필이 국회에 등장, 문을 벌컥 열고 다양한 시선 속에서 당당하게 걸어들어오는 모습은 사방이 적인 국회 내에서 그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대국민 앞에 거짓으로 자신의 심경을 전하는 첫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이날 정재영은 의식을 잃은 손병호 곁에서 오열하며 일어나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누구보다 믿고 따르던 멘토 같은 존재인 손병호를 잃은 정재영의 절망은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되며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 것. 또 실의의 빠졌던 그가 손병호의 유언이 된, 그의 마지막 음성메시지를 듣고 각성,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그의 성장스토리에 관심을 높였다.
데뷔 20년 만에 안방극장 시청자를 찾은 정재영은 '어셈블리' 캐스팅 1위였던 이유를 매회 보여주며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막무가내로 보여도 매순간 우직한 진심을 전달하는 정재영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는 진상필의 활약을 벌써 응원하게 한다. /jykwon@osen.co.kr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