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가 바짝 들어간 군대에서의 ‘다나까’ 말투는 듣기에 딱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를 주지훈이 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지훈은 SBS 수목드라마 ‘가면’ 속 SJ그룹의 상속자 최민우 역을 맡았다. 최민우는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후 치명적인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의 매형 석훈(연정훈 분)은 자신을 없애고 부와 명예를 차지할 생각뿐이다. 가족도 믿을 수 없는 각박한 상황 속에서 그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으로 변해 말투도, 표정도 차가워졌다.
이런 그를 달라지게 한 것은 지숙 역을 연기하는 수애다. 지숙은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순수하고도 강단 있는 모습으로 민우를 사로잡았다. 그는 민우가 유일하게 기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셈.
그 덕일까. 누구에게나 까칠하고 예민하던 민우가 수애에게만은 달랐다. 여전히 말끝마다 ‘다나까’가 따라붙지만, 그 내용은 전혀 딱딱하지 않았다. “같이 갑시다. 변지숙씨가 가는 곳에 나도 같이 가겠다는 얘기입니다”, “기특해서 뽀뽀 한 번 해주려고 하면 빌려드리겠다” 등 멘트에 애정이 가득 담긴 것. 그는 꿀이 떨어질 듯한 달달한 눈빛과 묘하게 달라진 ‘다나까’ 말투로 사랑꾼 면모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민우를 연기하는 주지훈의 매력은 이렇듯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 십분 발휘됐다. 겉으로 보면 여전히 까칠하고 도도한 태도로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는 듯 하지만, 수애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모든 게 무장해제된 것처럼 속내를 다 드러내 보였다. 여기에 주지훈 특유의 장난기와 능글맞은 표정이 더해지니 여태껏 본 적 없는 신선한 매력의 남자 주인공이 탄생한 것.
특히 지난 21일 방송된 16회부터 은하(수애 분)로 알고 있었던 수애가 사실은 지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사랑을 확인한 후에는 이러한 주지훈의 사랑꾼 면모가 빛을 발했다. 눈빛과 표정 등을 통해 온 몸을 이용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그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극 초반 약에 의존해 자신을 꽁꽁 숨기기에 바빴던 주지훈의 모습을 떠올리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17회에서는 미연(유인영 분)의 계략으로 지숙의 모친(양미경 분)이 사망하면서 주지훈과 수애에 큰 위기가 닥쳤다. 종영까지 단 3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주지훈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변함없는 사랑꾼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가면'은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은하라는 여자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된 지숙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로, 수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