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재료라 할지언정 손맛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했나. tvN의 새 여행 예능프로그램 ‘가이드’가 자사 인기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와 유사한 접근법으로 여행을 다뤘다. 치밀하지 않은 구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구미를 잡아당기지 못했다. 분명히 새로운 인기 여행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겠지만 공교롭게도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의 환상적인 기획과 구성력에 감탄을 하게 됐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가이드’는 마치 ‘꽃보다’ 시리즈를 보는 듯한 화면 구도와 자막, 그리고 귀여움을 부가하는 캐릭터 형성법이 눈에 들어왔다. tvN이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은 사실.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는 여행을 통해 인생사를 건드리고, 그 속에서 감동과 공감을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할아버지들의 느린 여행에 열광했고, 청춘들의 좌충우돌 여행에 박수를 쳤으며, 누나들의 감성적인 여행에 푹 빠졌다. ‘꽃보다’의 성공 이후 지상파 방송 역시 여행 예능에 집중했으나, 큰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었다. 여행 예능을 보면 볼수록 ‘꽃보다’ 시리즈와 비교하게 되며 ‘짝퉁’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었다.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는 이 단순한 기획 속에는 출연자들의 매력을 부각하고 여행 중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로 만들며, 그 속에서 여운을 남기는 ‘꽃보다’ 시리즈 제작진의 놀라운 내공이 있다.
‘가이드’는 일단 외형적인 것은 ‘꽃보다’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 프로그램은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 서울여대 김창옥 교수가 여행이 절실한 주부 8명과 유럽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는다. ‘꽃보다’ 시리즈처럼 짐꾼이자 여행 안내원이 등장하고, 여행을 즐기지 못했던 이들이 함께 하며 삶을 돌아보는 구성이다.
여기에 카메라 구도나 화면 배치,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구성이 ‘꽃보다’ 시리즈와 많이 흡사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가이드’를 보면 볼수록 ‘꽃보다’ 시리즈가 떠오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연출 기법은 ‘꽃보다’를 통해 이뤄낸 여행 예능 제작 방법이 집대성한 듯 보였다.
비슷하더라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았으련만 몰입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아무리 여행 초반이라고 해도 가이드인 스타들과 주부들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사실 ‘꽃보다’ 제작진은 여행 전 출연자들의 사전 모임을 기획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 모임을 통해 제작진과 출연진은 여행 전 친밀해진다)이 들었고, 감성을 자극하는 장치가 자연스럽지 않아 흐름이 뚝뚝 끊겼다. 외관은 ‘꽃보다’ 시리즈와 비슷했지만, 마치 내 이야기인 것마냥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요소가 없어 아쉬움이 가득했다. 방송은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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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