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재미와 감동 모두 잡은 ‘백년손님’..부족한 게 뭐야?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7.24 06: 51

입담 좋은 예능인도, 화제성 만발한 스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백년손님’은 목요일 밤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백년손님’은 처갓집에 홀로 방문한 사위와 그 사위를 맞은 장모의 일상의 관찰 카메라와 그들을 지켜보는 스튜디오 게스트들의 토크로 교차 편집되어 방송된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 된 사위와 장모의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하고 감동을 이끌어내고 게스트들은 남편이자 사위의 입장에서, 딸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추임새를 더하며 재미를 증폭시킨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에서 남재현의 장모 이춘자 여사는 생애 최초 광고 모델로 데뷔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했다. 보이스 피싱 예방 교육영상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남재현은 장모의 일일 매니저를 자청했다. 남재현은 옷을 골라주고 메이크업을 담당하면서 장모의 눈에 미스트를 뿌리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였고 메이크업 후 확 예뻐지셨다는 스태프의 말에 장모는 “십 원짜리 비행기 태우지 말라”며 거침없는 입담으로 ‘차후녀(차가운 후포리 여장부의 줄임말)’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이어진 촬영에서 이춘자 여사는 걸려온 보이스 피싱 전화에 거침없이 욕설을 발사하며 자연스러운 욕 연기를 선보였다. ‘이미지 관리’가 필요 없기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재미였다.

이만기 역시 투덜거리면서도 장모와 함께 순대를 만들고 커튼을 고르러 가며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자아냈다. 이만기는 커튼 가격을 깎기 위해 즉석에서 마련 된 길거리 사인회에서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사위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장모 최위득 여사의 귀여운 장난은 늘 티격태격하지만 사이좋은 사위와 장모 사이를 엿보게 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기도 했다.
반면 박형일과 장모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장모는 장인과의 러브스토리를 털어놓기도 하고 딸에게도 꺼내놓지 못했던 속내를 사위에게 터놓으며 박형일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날씨도 좋지 않은 날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가는 사위를 떠나보내고 장모는 곧바로 할망당에 찾아가 사위가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며 기도를 드렸다. 사위가 타고 간 배를 하염없이 보고 또 바라보는 장모의 뒷모습은 더 이상 어색한 장서지간이 아닌, 모자지간 같은 관계로 보이기도 했다.
‘자식’이기보다는 ‘손님’이었던 사위와 사위를 ‘백년손님’이라 여겼던 장모의 관계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통해 시청자들은 함께 웃고 감동하며 자신의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가진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의 깊이를 더해가며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년손님'은 고부갈등 보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장서(사위와 장모)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들이 함께 지내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 nim0821@osen.co.kr
‘백년손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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