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속 흥행에 2번 연속 천만영화의 대기록을 과연 세울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산뜻하다. 개봉 3일만에 벌써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동훈 감독과 그의 최신작 '암살' 이야기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년, 212만)을 시작으로 '타짜'(2006년, 568만), '전우치'(2009년, 606만), 그리고 '도둑들'(2012년, 1298만)로 '천만 감독' 수식어를 꿰찬 최동훈 감독이 자신의 다섯번째 작품 '암살'(2015)을 들고 올 여름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개봉 전 '암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일부는 최 감독의 '자기 복제'라 지칭했고, 어떤 이들은 이전 작품과 너무 궤도를 달리한 형태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하자면, 복수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통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맞물려 전개되는 점은 전작과 유사, 단순 오락 영화에만 그치지 않고 진한 페이소스를 남긴 것은 분명 새롭게 첨가된 요소다.
최동훈 감독 역시도, 이런 다양한 주변 반응에 흥미를 내비치며 "모두 다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대중과 만날 때가 무엇보다 가장 떨리는 순간"이라 꼽으며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말로 개봉을 앞둔 복잡한 심경도 전했다. "이번 영화에는 메시지라는 것을 넣지 않으면 단순 활극에 그칠 것 같아 그렇게(메시지를 삽입)했다", "익숙지 않은 작업에 마치 다시 신인감독이 된듯한 느낌이었다"는 자기 고백도 이어졌다.
-'암살' 개봉 소감은
"영화는 언제나 미완성인 것 같다. 더 잘 찍을 걸 하는 후회도 남는다. 물론 촬영 당시엔 최선을 다했다. 정말 폭풍 같은 3년, 아니 정확히는 2년반이 지나갔다. 재미없다거나, 지루한 적은 없었다. 온전히 몰두해서 작업했다."
-시사도 끝났고, 주변 반응도 들었을 텐데,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나.
"아무래도 대중과 만날 때가 가장 떨린다. 단순히 스코어 때문은 아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게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이라면,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이 영화를 찍었을 때 감(感)과 즐거움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관객의 반응은 예측보다 더 질풍노도와 같다. 궁금하다."
-제작보고회 때 '도둑들'과는 다른 전환점이라는 표현을 하신 적이 있다. 어떤 의미였나.
"'도둑들'은 그냥 잘 놀고 싶었다. 근데 이 영화는 약간 진지한 구석이 있다. 스스로 '진지한 영화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도 있었다. 마치 아웃복서가 인파이팅을 하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조금만 달라도 되니깐."
-'범죄의 재구성', '타짜'가 잘 빠진 오락영화였다면, '전우치'와 '도둑들'로 넘어오며 캐스팅이나 작품 스케일이 확장됐다. 또 이번 '암살'은 여기에 페이소스까지 첨가됐다. 굳이 비유하자면, '꾼'에서 '거장'으로 나아가려는 순간을 보는 것 같았다.
"'도둑들'이 끝나고 시나리오를 썼다. 옛날부터 하고 싶어서 준비를 했는데, '공부해선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 쓴 내용이 '도둑들'과 비슷했다. 재미는 있는데, 이 재미를 가져가면서도 조금은 다른 게 더 필요했다. 이게 시대극이고, 일제강점기인데, 그 때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냥 날쌔게만 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다. '암살'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내게 참 난해했던 작품이다."
-캐릭터만 봤을 때는 '자기 복제'보다는 '비약적 업그레이드'에 가깝지 않나? 감정을 이입할 인물들이 늘었고, 영화가 끝나면 생각할 요소들이 너무 많던데.
"친일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친일파도 있고, 강인국(이경영 분)처럼 재산을 형성하고 세력을 키워나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또 살아남기 위해 고뇌하다가 확신범이 된 이들도 있었다."
-영화는 끝났는데, 뭐가 아직 개운하지 않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친일파 청산은 대한민국에선 분명한 숙제다. 현실은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그것만 보여주기보다는 약간의 다른 서사를 개입시켜, 실제와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했다. 타깃은 처리됐는데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gato@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