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들고 무대 오를 것을 예고한 원더걸스. 이들의 컴백을 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컸다. 국내 가요계에서 여성 밴드가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 아무리 원더걸스라도 이 같은 분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 음원차트의 동향은 이 같은 우려를 잠식한다. 인기나 흥행성보다는 묵직한 음악성을 가진 팀들이 사랑받고 있는 흐름이다. 차트의 순위권은 거대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아닌 밴드 혁오나 크러쉬, 자이언티 등의 전문성과 진정성을 내세운 팀들이 오래도록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원더걸스의 ‘밴드’ 콘셉트는 꽤나 전략적이다. 멤버들의 음악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아무리 예쁘고 근사해도 실력이 없으면 취급을 안 하는 요즘 리스너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좋은 똑똑한 작전이다. 그간 원더걸스의 음악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화제의 퍼포먼스 뒤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 이에 제대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필요하기도 했다.
먼저 시장을 선점, 트렌드를 선도해온 원더걸스이기에 이 같은 ‘도전’과 시도가 가능했다. 이들은 앞서 ‘텔미(Tell Me)’, ‘노바디(Nobody)’, ‘소핫(So Hot)’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는 물론 사회 문화계 전반에 걸쳐 ‘복고 열풍’을 몰고 온 전력이 있는 팀이다. 밴드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봤기에 박진영도 이들의 곡을 직접 쓰고 서포트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YP의 선구안이 빛나는 부분이 아닌가. 어떻게 해야 3루타 이상, 혹은 홈런을 쳐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 가려내는 능력이 기가 막히다. ‘감’은 올해 들어 더 좋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컴백한 15&(피프틴앤드)의 ‘사랑은 미친짓’을 시작으로 3월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 4월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 5월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가 차트 1위를 휩쓸었다. 2PM와 갓세븐 또한 해외를 아우르는 팬덤을 형성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24일 자정, 멤버 예은의 피아노 연주 영상을 끝으로 원더걸스 멤버들의 개인 티저가 모두 공개됐다. 지난 21일 베이스를 맡은 선미를 시작으로 22일 드러머 유빈, 23일에는 기타 혜림의 임팩트 있는 강렬한 영상이 공개돼 화제에 오른 바다.
여기에 박진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부터 공개되는 티저들의 음악은 멤버들이 직접 연주해서 녹음한 거다. 이번 앨범 전곡 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밝히며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후 멤버들의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애정 어린 코멘트로 관심을 더하고 있다.
아직 공개된 것은 티저 뿐이지만, 원더걸스는 이번 컴백으로 한층 성장한 음악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예은은 핫펠트(HA:TFELT)라는 작곡가 필명으로 전곡을 프로듀싱한 앨범으로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멤버 선미 또한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등의 솔로활동으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하며 아티스트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드럼을 맡은 유빈과 기타를 잡은 혜림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유빈은 특유의 섹시한 분위기와 에너지 넘치는 드럼 연주를 통해 티저 영상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혜림 또한 발군의 연주실력과 숨겨진 끼를 발산하며 기대를 더하는 중. 이에 프로듀서 박진영은 “날이 갈수록 놀랍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다.
한편 멤버 선예, 소희의 탈퇴와 기존 멤버 선미의 합류로 팀을 재편한 원더걸스는 8월 3일 컴백할 예정이다. 이번 완전체 컴백은 지난 2012년 발매한 ‘라이크 디스(Like this)’ 이후 약 5년 만이다./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