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돌아왔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이하 협녀)이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박흥식 감독과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등 배우들이 자리해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작품 보다는 지난 논란 이후 이병헌의 국내 첫 공식석상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를 의식한 이병헌은 제작보고회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섰다. 이병헌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 어떤 비난도 혼자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나 때문에 제작진 분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 이병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관심 덕분인데, 큰 실망을 드리고 뉘우침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 소중함과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많은 분들께 드린 상처와 실망감을 갚아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협녀'는 당초 올해 초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름대전'에 합류했다. 개봉 지연에 대한 질문에 이병헌은 "나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며 "나로 인해 비롯된 여러 분위기와 상황들 때문에 이제 선보이게 됐다. 배우나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지금도 좋은 시점이라고 본다.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서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다. 여러 가지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대하는 스타들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침묵하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방법과 거듭된 사과로 정면충돌하는 방법이다. 이병헌은 후자를 택했다. 그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아내 이민정과 미국에서 동반 입국하면서 "비난은 혼자 감당하겠다"며 "깊이 반성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그는 이번 공식석상에서 두 차례 거듭 사과하며 또 한 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개봉 지연에 대한 지적 역시 피하지 않았다.
물론 '협녀'를 '이병헌의 영화'로 국한시킬 수는 없다. '협녀' 영화 '암살' '베테랑' 등과 함께 손꼽히는 올해 기대작이다. 9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이병헌 외에도 전도연 김고은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무술 영화라는 점도 기대를 높인다. 박흥식 감독은 "무술영화에서는 액션만큼 서사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러티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야기가 있는 무협영화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을까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신작 '협녀'를 통해 이병헌이 다시 대중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jay@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