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 김한민 감독이 자체 제작하는 영화 ‘사냥’의 신인 연출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임금 체불 및 부당 해고 건으로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사냥’의 각본과 연출을 맡기로 한 천진우(35) 감독은 크랭크 인을 두 달 앞둔 지난 6월말 김한민 감독과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뒤 “도저히 납득하지 못 하겠다. 내 시나리오를 돌려 달라”며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 신문고를 두드렸다.
‘사냥’의 한 관계자는 “23일 영화인 신문고 측이 피 신고인으로 접수된 빅스톤픽쳐스 대표 김한민 감독을 불러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장원석 총괄 프로듀서가 대신 참석해 그쪽 입장을 청취한 걸로 안다”며 “서로 원만하게 합의됐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까지 오게 돼 서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이렇게 험악한 지경까지 다다른 건 ‘사냥’의 최종 각색고를 놓고 벌어진 이견을 좁히기 못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냥’은 금맥이 발견된 강원도 막장을 배경으로 이를 차지하려는 지역 주민과 사냥꾼들의 대립을 그린 스릴러다.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가 캐스팅 됐고 롯데가 투자 배급사로 참여하며 오는 8월 중순 크랭크 인이 잡혀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천진우 감독은 2012년 소개로 알게 된 김한민 감독과 그동안 빨치산 이야기 ‘마지막 전쟁 지리산’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봉오동 전투’ 각본을 쓴 인물로 알려졌다. 자신이 집필한 ‘사냥’으로 빅스톤에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최근 각색 도중 연출가로서 자질과 안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빅스톤픽쳐스는 각본과 연출 계약을 맺은 천진우 감독에게 계약서대로 용역비를 모두 지급했고 정당한 경질 사유가 있었던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50억이 소요되는 상업영화인데 자칫 흥행을 저해할 수 있는 일부 설정을 경험 많은 숙련자들이 코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천 감독은 김한민 감독의 지시대로 책을 고쳐왔고 원작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핵심 설정까지 없애라는 요구에 토를 달았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충분히 대화와 설득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었다는 항변도 보태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를 돌려받기 위해 각본, 연출료도 제작사에 재송금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계약을 했다 해도 인사권을 쥔 제작사 입장에서 확신이 안 들거나 결함이 발견되면 얼마든지 감독을 바꿀 수 있다”라며 “크랭크 인을 불과 두 달 앞두고 감독을 바꾼 건 영화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게끔 원만한 합의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bskim01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