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출연자가 하차를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인, 제작발표회의 역사를 새로 쓴 ‘나를 돌아봐’가 그 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해 보여줘 흥미를 끌었다. 김수미와 조영남이 왜 감정싸움을 했는지, 왜 하차를 선언했는지, 사건 다섯 시간 전의 모습을 담아낸 ‘나를 돌아봐’는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내용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지난 24일 첫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는 떠들썩했던 제작발표회의 상황을 그려냈다. 이 프로그램은 조영남과 김수미의 다툼, 이들의 하차 선언과 번복, 또 화해까지 모든 과정이 시간 순으로 공개되며 인터넷을 후끈 달군바 있는데, 이에 독보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이미 시청자가 세세히 알고 있어 새로울 것 없다는 우려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나를 돌아봐’는 이들이 왜 제작발표회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보여줬다.
조영남은 파일럿 방송 이후 다시 만난 이경규에게 들뜬 표정으로 “우리는 막강한 상대들 ‘정글의 법칙’, ‘삼시세끼’, ‘세바퀴’가 있다. ‘세바퀴’는 이길 것 같다”며 정규 편성된 ‘나를 돌아봐’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던 것. 그는 “나는 이 시대의 돈키호테다. 돈키조테라고 써달라”고 이경규에 부탁하는 등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세계를 소개하겠다는 부푼 각오를 전했다. 조영남의 의욕 넘치는 모습에 이경규는 벌써 지칠 정도. 조영남은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뜨거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 매니저 박명수를 만난 김수미는 그에게 나이가 많다며 “장동민이 그립다. 재혼한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지만, 이들의 힘든 심경이 드러났다. 박명수는 “내가 장동민 자리 뺏었다고 욕 많이 하더라. 사면초가다”라고 말했고, 김수미는 “댓글에 ‘군산이라고 네가 꽂았냐’라는 말이 있어서 내가 어제 머리를 다 잘랐다. 나 아직 마음은 여자다. 잠 못잤다”고 털어놨다. 김수미는 잠을 푹 잤다는 박명수 말에 “너 후배 밥그릇 뺏었다는 말 듣고 잠이 오냐”고 황당해했다. 김수미는 자신에게 욕하지 말라는 박명수에게 “나한테 시키지 말라. 너 피곤하다. 동민이는 안 그랬다. 나는 동민이가 전남편 같다. 그립다”고 대꾸하는 등 이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제작발표회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시청률 때문에 걱정하던 조영남·이경규, 악성댓글 때문에 속이 상했던 김수미·박명수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서로의 감정이 부딪히면서 날선 공방을 벌였던 것. 조영남은 제작발표회에서 “몇 주 해봐서 세 팀 중에서 우리 시청률이 가장 떨어지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말로 설레는 심경과 들뜬 각오를 에둘러 전했는데, 장동민 하차와 악플로 심기가 불편했던 김수미는 “조영남과 이경규 씨는 우리 세 팀 중에 시청 점유율이 가장 떨어지고 경고도 제일 많이 먹었다. KBS에서 하차시킬 것 같다”고 돌직구를 날려 이들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에 조영남은 “이 나이가 되도록 면전에서 이런 모욕적인 말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던 것.
또 “열심히 하겠다”고 짧은 각오를 전했다가 김수미에게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거냐. 뭐 이런 애를 데려왔냐. 아유, 짜증나”라는 핀잔을 들었던 이홍기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 마주친 최민수의 모습에 얼어붙으면서, 제작발표회 현장까지 긴장이 이어진 모습. 자유로운 영혼인 최민수 조차 짝꿍인 이홍기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낯선 상황에서 별다른 말없이 앉아있을 수밖에 없던 모습은 이날 제작발표회 현장에 모인 이들의 동상이몽을 그려내며 이들이 진짜 자신을 돌아보게 될 다음 방송을 기대하게 했다./jykwon@osen.co.kr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