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레슬링을 사랑하는 전 프로레슬링선수 이왕표는 여전히 우리에게 챔피언이었다.
25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앞치마 두른 챔피언 편으로 꾸며지며 전 프로레슬링선수 이왕표의 일상이 그려졌다.
이왕표는 이날 "아내에게 매년 화이트데이 때마다 인형을 선물했다. 벌써 8개가 모아졌다"며 "부끄럽지 않다. 뻔뻔하게 가서 사준다"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그의 아내 최숙자 씨는 "너무 기뻤다. 이거 말고도 레스토랑에서 밥도 사준다"고 자랑했다.
더불어 이왕표는 직접 요리에 도전하며 아내에게 소소한 기쁨을 선물했다. 앞치마를 두근 이왕표는 "삼각 팬티보다 앞치마가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익숙해지면 앞치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요리가)재미있다. 요즘에는 요리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하더라. 나만 하는 줄 알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이 선수는 원래 상남자가 아니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스타일 구기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며 부끄럽게 웃었다. 그는 이날 청국장과 굴비 조림을 식탁에 내놓아 아내 최씨로부터 "9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1975년 김일 도장 1기생으로 데뷔한 이왕표는 40년간 프로레슬링선수로 활동하며 챔피언을 7번이나 차지했다. 'ULTRA FC 헤비급 챔피언' 'WWA 헤비급 챔피언' 'GWF 헤비급 챔피언' 'ALL ASIA 헤비급 챔피언' '극동(FAR EAST) 헤비급 챔피언' 'NWA 오리엔탈 헤비급 챔피언' 'NWA 오리엔탈 태그팀 챔피언' 등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이왕표는 레슬러 인생 40년 만에 최대 복병을 만났다. 그의 무릎을 꿇게 만든 건 2년 전 갑자기 찾아온 담도암. 건강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했던 그는 갑작스러운 암 진단에 스스로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는 동안 그의 몸무게는 36kg이나 줄었고, 수 십 년간 운동으로 다져진 몸의 근육은 거의 다 빠져 버렸다. 190cm의 장신에 100kg을 넘던 거구가 현재는 97.5kg으로 줄었다.
그는 "암 환자들은 체중이 줄면 안 된다. 아내가 고단백질과 비타민을 챙겨준다"고 했다. 그는 암 투병 후 경기장보다 주로 산을 찾는다. 암과의 사투는 힘들었지만 투병 이후,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기 것. 아내와 등산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삶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이왕표는 "암 투병 후 달라졌다. 아프고 나서는 산을 찾는다. 햇볕에 노출을 시키고 많이 걷는다"고 말하며 아내와 산책을 즐겼다. 꽃을 보자 아내의 머리에 꽂아주기도 했다. 현역시절에 '거친 사자'였다면 은퇴 후 아내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 것이다.
하지만 투병 생활 탓에 레슬링에 집중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세대 교체를 했어야 하는데 못했다. 하루 빨리 내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신예를 발굴해서 경기장에 세워야 한다"면서 "그래도 의외로 빨리 스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이왕표 선수가 아내와 건강도 지키고, 레슬링의 역사도 꾸준히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MBC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