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라스트' 윤계상, 드라마를 영화로 만드는 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7.26 08: 14

배우 윤계상이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극본 한지훈, 연출 조남국)를 통해 거친 지하세계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
지난 25일 방송된 2회에서는 과거 잘 나가던 펀드 매니저에서 노숙자 신세가 된 태호가 지하세계 신참으로 적응해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해진(공형진)과 함께 수금을 다니며 지하세계의 법칙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가 하면, 서열 2위이자 챔피언 출신인 종구(박원상)을 스승으로 삼아 싸움의 기술을 익혔다. 독사(이철민) 무리는 남다른 근성과 명석한 두뇌를 지닌 태호를 눈여겨봤고, 태호는 서열 6위인 배중사(김영웅)의 부당한 행동을 참지 못하고 '파티'를 신청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노숙자들의 세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로 지배된다.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은 서열로, '파티'로 불리는 싸움을 통해 승자가 패자를 밟고 올라선다. 이는 "숫자에 밝고,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건 잘하는" 태호가 익숙한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으름장부터 놓는 독사 무리에게 "박살 내주겠다"고 선전포고 하는 태호는 타고난 승부사이기 때문이다. 선의나 대의 보다는 성공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태호를 행동하게 만든다.

남자 배우라면 욕심낼 만한 태호 캐릭터를 끌고 가는 이는 윤계상이다. 너저분한 노숙자들 사이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그는 '라스트'를 통해 남성적인 매력을 폭발시킨다. 돋보이는 장면은 액션신이다. 잘 짜인 스타일리시한 액션 보다는 거친 몸싸움을 주로 보여주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날 것의 액션이 몰입도를 높인다. 여성 캐릭터와 호흡할 때 드러나는 부드러움이나 승부수를 던질 때의 호기로움은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동안 '배우' 윤계상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1세대 아이돌 멤버 출신인 그는 영화 '집행자'(2009), '풍산개' (2011) 등 다소 파격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택했지만, 대다수 출연작들이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중이 원하는 배우 윤계상은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 속 윤필주, 즉 다정하고 젠틀한 기존 윤계상의 이미지를 답습한 캐릭터였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도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스트'는 윤계상에게 새로운 기회다. 이제 가수로 활동한 시간보다 배우로 지낸 시간이 더 오래된 그다. 앳된 얼굴의 아이돌 멤버는 어느덧 수염이 잘 어울리는 30대 후반의 배우가 됐다. 그만큼 그의 연기력은 성숙해졌고, 정통 액션 누아르인 '라스트'는 윤계상이 그동안 꾸준히 지켜온 소신 있는 선택들과도 일부분 맞닿아 있다. 이범수, 박원상 등 연기력이라면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합을 보여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라스트'가 윤계상의 지난 안타까운 흥행 암흑사를 끝맺어 줄지 주목된다.
'라스트'는 100억 원 규모의 지하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jay@osen.co.kr
'라스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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