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7라운드 결과는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첫 회부터 현재까지 전·후반전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결국 2위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마리텔' 식으로 표현하자면 천상계에서 신으로 군림하던 백종원이 인간계로 내려온 사람이 된 셈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 '마리텔' MLT-07 후반전에서 종이문화재단 김영만이 최종 1위에 올랐다. 지난주 진행된 전반전까지는 김구라가 5위, 레이디 제인이 4위, 솔지가 3위, 김영만이 2위, 백종원이 1위를 기록했었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백종원이 김영만에게 1위를 내준 것이다. 이날 솔지가 3위, 김구라가 4위, 레이디 제인이 5위에 올랐다.
미스 마리테 서유리의 이같은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나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여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느 누가 출연해도 '백주부'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 백종원은 되레 말이 없이 담담했다. 그는 특유의 푸근한 미소로 "눈물나는데.(웃음) 축하드립니다. 진짜 홀가분하다"고 말하며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27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도 코딱지들의 추억을 자극한 종이접기 아저씨의 재미와 감동이 시청률 변화에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만은 어엿한 어른으로, 예쁘게(?) 자란 코딱지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종이접기 기술로 아직 덜 성장한 마음을 포근하게 위로해줬다.
"코딱지들아" "엄마한테 해달라고 부탁해보세요" "여러분들"이라는 간단한 말들이 상처를 치료해주는 듯한 아저씨의 나긋한 목소리와 만나 시청자들이 함부로 방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김영만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것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위로와 감동적인 순간을 자아냈다. 종이 모자와 말하는 인형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백종원도 이날 최선을 다해 '고급진 레시피'를 선보였다. 그는 태국산 팟타이와 카오팟을 한국화 한 볶음 쌀국수와 볶음밥을 만들었다. 자신의 요리를 맛볼 기미작가와 해골선생을 불러모아 소개팅 상황극을 연출하며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재미있게 알려주다 보니 그의 한마디에도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들까지도 그가 알려주는 요리법대로 따라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끝내주죠?"라고 충청도 사투리로 물으며 자신이 만든 요리에 스스로 감탄해 웃음을 안겼고, 가끔은 상대방에게 독한 농담을 날리며 발끈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인간계로 내려왔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업다. 재미를 위해 순위를 정해둔 것이지 '1위'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기존에 잘 하던 요리를 계속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지금처럼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동안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인 백종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 김구라는 이날 바리스타 정경우 씨를 초대해 라떼 아트를, 솔지는 사범 장선미 씨와 호신술을, 레이디 제인은 전 아나운서 김범수와 소개팅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purplish@osen.co.kr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