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반비례 관계다. 하지원이 미워질수록 이진욱은 멋있어진다. 헤어진 옛사랑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랑을 시작하려는 하지원. 그의 행동이 ‘밀당’으로 느껴질수록 17년간 그의 옆을 지극 정성으로 지켜온 이진욱의 따뜻한 진심이 빛나는 모양새다.
26일 방송된 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창작집단 가일 연출 조수원, 이하 ‘너사시’)은 최원(이진욱 분)의 멋있는 장면 모음 스페셜 같았다.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부터 차이고 난 이후의 대처까지 근사했다. 방송의 말미에는 그간 여성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했던 최원의 명장면을 모은 화면이 등장해 대놓고 마음을 뒤흔들었다.
반대로 하지원은 욕을 먹고 있다. 연기를 너무 잘 해도 탈이다. 그가 연기하는 오하나는 17년간 자신의 옆을 지켜온 최원이 아닌 차서후(윤균상 분)을 택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애매한 행동으로 ‘밀당’을 하는 것처럼 얄밉게 비춰지면서 극에 몰입한 시청자들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그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이날 방송에는 결정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서후가 본격적으로 하나에게 다가갔고, 그런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는 원은 하나에게 17년 만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미 하나는 첫사랑인 서후에게 기울어 있었고, 원의 고백을 거절한다.
사실 헤어진 전 남친은 ‘나쁜 놈’으로 비춰지는 것이 정석인데 윤균상이 연기하는 차서후는 꽤나 매력적이다. 그가 나쁘게 비춰져야 하나의 선택이 바보 같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원의 마음이 더욱 애절하고 안타깝게 보일 텐데 차서후 캐릭터는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애정공세와 원을 경계하는 눈빛이 멋있게 그려진다. 흔들리는 하나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
하나는 차서후를 계속 밀어냈지만, 결국 그를 밀어낼 수 없는 자신의 진심을 최원에게 털어놓는다. “평생 친구 못하겠다”는 원의 고백을 듣고 난 이후다. 그는 최원에게 “차서후는 나한테 선택이 아니었어. 시작도 이별도..차서후가 돌아왔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나는 또 내가 선택할 수가 없어. 나는 차서후를 밀어내지 못해”라고 말했다.
이에 원은 “오하나 이제 네가 누군가와 함께하게 되면 우린 달라질 거야. 우리가 진부한 사이가 되지는 않을 거야. 난 네가 누굴 사랑하더라도 네 편이 돼 줄 시간이 필요하고, 너는 나 없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했다.
애매했지만 둘의 사이는 정리됐다. 사랑이 개입되며 조금은 불편한 친구사이가 된 것. 그러면서 17년 동안 하나를 짝사랑하며 옆을 지켜온 이진욱은 사랑하는 여자를 남에게 보내야하는 불쌍한 남자가 됐고, 하지원은 그런 사랑을 외면한 나쁜 여자가 됐다.
아직 스토리가 꽤 남아있는 상황. 시청자들은 하지원이 이진욱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다면 두 남자사이를 오가며 ‘밀당’을 한 ‘나쁜 여자’가 될 상황이다. 하지원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joonamana@osen.co.kr
'너사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