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마리텔’ 김영만·백종원, 경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7.26 08: 59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시청률 독주를 이어오던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에게 밀린 것은 어떻게 보면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요리 방송으로 막강한 시청자들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백종원이나 이젠 어른이 된 ‘어린이 친구들’을 따스하게 감싸며 백종원을 누르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김영만. 두 사람 모두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됐다는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가공해서 안방극장에 내보내는 구성이다. 인터넷 방송과 이를 즐겨 보는 이들이 채팅방에 올리는 글을 다시 웃음 장치로 활용하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구성이다. 허나 이 프로그램이 관통하고 있는 흐름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흔히 말하는 옛날 사람들의 옛날 감성이 뚝뚝 묻어난다.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거느리고 있는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거창한 재료 없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그런 것 없죠”, “누가 그런 재료를 집에서 사겠어요”를 외치며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백종원이 가르치는 쉬운 요리는 “참 쉽죠잉?”이라는 그의 유행어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비싼 요리 재료를 구하기 부담스러운 많은 이들을 위한 요리 방송인 셈이다. 음식을 만들다가 짜면 물을 넣거나 재료를 더 넣어 쉽게 수습하고 간 못 맞추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마냥 넘어가는 그의 모습. 요리를 할 때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든 그의 마법은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감동의 물결로 이어진다.   
김영만도 마찬가지다. 김영만은 이제 성인이 된, 그리고 자신의 방송을 보며 자란 이들에게 여전히 코딱지, 어린이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어른이 됐으니까 잘할 것이라는 위로,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는 연륜이 담겨 있는 조언이 이어졌다.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의 솜씨가 서툴러도 괜찮다고, 어린이들은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그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미 다 큰 어른이었지만 어린시절 뭐든지 다 만들어줄 것 같았던 종이접기 아저씨는 그렇게 어른들을 위한 진짜 어른이었다. 김영만의 따뜻한 종이접기와 조언은 날선 경쟁에 지친, 그리고 어른이 됐지만 세상살이에 상처 받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이자 희망을 안겼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조금은 버벅거려도, 종이접기를 하는데 있어서 조금은 못생기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백종원과 김영만이 남긴 그 한 마디는 그 자체만으로 지금 이 순간도 좌절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의 순간이 됐다.
때문에 백종원의 독주가 멈춘 것도, 그 독주를 멈추게 한 이가 김영만이라는 젊은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종이접기 아저씨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만큼 유치원생들도 알고 있는 괜찮다는 위로가 감동이 될 정도로 팍팍한 현실에 휩싸여 있다. 슬프게도 말이다. 두 사람의 어찌 보면 일상적인 위로가 새삼스럽게 비일상적인 감동이 됐다. / jmpyo@osen.co.kr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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