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를 씹어먹던” 밴드 혁오가 7월 가요 차트를 씹어 먹고 있다. 이 정도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밴드 혁오는 ‘무한도전’ 출연 이후 ‘와리가리’, ‘위잉위잉’ 등 자신들의 곡을 차트 1,2위 등 상위권에 세우며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 달 간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 있었지만 혁오의 장기집권을 막아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도 혁오의 '와리가리'와 '위잉위잉'은 주요 음원차트 6곳의 1위를 차지했다. 26일 오전 7시 30분 기준, '와리가리'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실시간 1위를 기록 중이고, 벅스, 올레뮤직, 소리바다, 지니, 네이버뮤직 등 4곳의 주요 음원차트 1위는 혁오의 또 다른 곡 '위잉위잉'이 차지했다.
재밌는 사실은 현재 대중들의 가장 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곡이 사실 올해 5월과 지난해 9월 발매된 곡들이란 점이다. 이 곡들은 지난 4일 혁오가 ‘무한도전’에 첫 출연을 한 이후부터 차트 상위권에 진입해 역주행을 이뤄냈다. 과연 ‘무한도전’의 힘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부분.
이처럼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화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밴드 혁오를 치켜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의 ‘장기 집권’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힘은 대중에게 낯선 가수의 곡을 소개하고 이들에게 차트 1위라는 깜짝 선물을 줄 수 있지만, 결국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가수 본인의 몫이다. 만약 혁오의 노래가 대중에게 ‘어필’되지 않는 곡들이었다면, 이들의 차트 1위는 이틀간의 반짝 집권으로 끝났을 것이다.
혁오는 ‘무한도전’ 출연 전에도 일찍이 ‘올해의 밴드’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었던 이들이다.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곡들은 인디신과 연예인들 사이에서 먼저 소문이 나며 인기를 얻었고, 이는 ‘무한도전’ 출연이라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밴드 혁오가 유명했다고는 하나, ‘무한도전’을 통해 이들을 처음 본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앞서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했던 장미여관이나 십센치 등의 밴드가 이미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때문에 밴드 혁오의 7월 가요 차트 점령은 ‘무한도전’과 완벽한 시너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파급력이 없었다면 혁오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것이고, ‘무한도전’의 경우엔 좋은 노래와 신선함으로 무장한 밴드를 발굴,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5일 ‘무한도전’ 방송에서 혁오는 자신들을 소개하며 “나만 알고 싶은 밴드”라고 일컬어 웃음을 줬다. 정형돈은 이들의 게릴라 콘서트에 순식간에 800명이 모인 보고 “홍대를 씹어 먹던 아이들이 맞다”고 인정했다. 소수의 사랑을 받던 밴드는 국민 예능을 만나 ‘국민 밴드’로 거듭날 기회를 얻었다. 또 하나 이들은 타블로가 설립한 레이블 하이그라운의 첫 아티스트로 영입되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도 했다. 인기라는 선물을 얻은 혁오가 보여줄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이 될까? 물론, 가장 첫번째로 기대되는 것은 정형돈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정형돈과 혁오가 만들어낼 가요제 참가곡이 차트 상위권을 씹어 먹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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