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로코킹’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고백이었다. 이진욱은 3분 남짓한 고백신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그가 발휘할 수 있는 매력을 모두 드러내며 다시 한 번 ‘로코킹’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는 17년 동안 친구로 돌아온 하나(하지원 분)에게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는 최원(이진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원의 고백은 비록 하나에게는 거절당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옛 남친 차서후(윤균상 분)에게 흔들리는 하나를 향한 원의 고백은 해피엔딩보다는 거절을 염두한 일종의 알림과 같았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결과를 노리고 한 고백이 아닌, 모두가 알지만 고백의 당사자인 하나만이 그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고백을 결심한 것. 때문에 이날 원의 고백은 보는 설레기보다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나는 차서후를 밀어내지 못해”라며 그의 마음을 돌려 거절한 하나에게 원은 17년 지기 친구이자 짝사랑하는 남자로서 마음껏 슬픈 티도 내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진부한 사이가 되지는 않을 거야. 네가 누구를 사랑하고 네 편이 돼줄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고, 너는 나 없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린 딱 그런 사이야”라며 하나를 달래며 변함없이 하나의 편이 돼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하나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원의 모습은 짝사랑에 상처받은 남자 그 자체였다. 미안함에 눈물짓는 하나의 앞에서는 차마 보이지 못했던 속내였던 것. 특히 이 장면에서는 복잡한 감정선을 그리는 최원 캐릭터를 맡은 이진욱의 연기가 돋보였다. 그는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어린 아이를 달래듯 단어 하나하나를 짚는 조근한 말투와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하지원을 바라보며 방금 고백을 거절당한 남자로 볼 수 없는 다정함을 보였다.
그러나 하나에게 등을 돌림과 동시에 금세 슬픔으로 가득한 눈빛과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놀라운 몰입력을 보이며 과연 ‘로코킹’다운 연기력을 뽐냈다. 그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아닌 고백과 동시에 마음을 접어야 하는 슬픔이 섞인 감정으로 쉽지 않은 몰입력을 요구하는 장면 임에도 뛰어난 감정 몰입으로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만들어 낸 것.
이진욱은 이미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로맨스가 필요해2’ 등의 전작들을 통해 ‘로코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달달한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너를 사랑한 시간’ 속에서도 역시 17년 지기 친구를 사랑하기 시작한 최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상황. 스토리 전개상 2막에 오른 현재, 이진욱이 앞으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두 남녀가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SBS ‘너를 사랑한 시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