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과 이성민, 두 배우의 연기는 참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다만, '피리 부는 사나이'에 감독이 억지스럽게 덧칠한 스릴러적 요소는 (쥐처럼) 단순 혐오감만 남긴 채 관객의 마음을 잡아끄는데는 실패했다.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의 이야기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피리를 이용해 쥐떼를 쫓아낸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장치를 심어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할지 많은 이의 관심이 개봉 전 쏠렸기 때문에다. 덕분에 개봉 당일인 9일 하루동안 14만 497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으로 호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연평해전'을 비롯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3위)와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4위)까지 모두를 제친 결과다.
딱 여기까지였다. 개봉 하루 다음날부터 '연평해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곧바로 앞자리를 내줬다. 반면, 같은날 개봉해 4위로 출발한 '인사이드 아웃'은 역주행해 개봉 5일째 1위까지 치솟았다. 첫날의 흥행이 홍보와 마케팅, 배우와 감독의 이름이 지닌 티켓파워의 결과물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건 영화 본연의 완성도요, 퀄리티다. 실제 영화를 본 이들의 입소문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손님'은 결국 '피리부는 사나이'에 한국의 시대적, 문화적 특수 요소를 과도하고 억지스럽게 구겨넣어 괴상한 형태의 모양새로 탄생했다. 흡사 영화의 주요 소재인 끔찍한 '괴물쥐'처럼 말이다.
호러에서 쉬이 차용하는 시각과 음향을 이용한 놀래키기식 장면들로 관객들의 비명 획득엔 성공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소름이 돋게한 비밀이나 반전, 혹은 집에 돌아가서도 떠올리며 오싹해할 요소는 부재였다. 나중에는 굳이 왜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한국형 스릴러에 끌어들였는지조차 의문으로 남았다.
'손님'은 개봉 14일이 되던 22일, 영화 '암살'(배급 쇼박스)을 비롯한 대형 신작들이 선을 보이며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멀찌감치 밀려났다. 같은 배급사(CJ 엔터테인먼트) 작품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에 상영관을 내어준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게 '손님'은 조용히 퇴장을 준비중인 상황. 25일까지 누적관객수는 82만 5361명에 그쳤다.
'손님'은 류승룡과 이성민, 더불어 천우희와 이준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들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적 완성도에 발목을 잡힌 형태로, 아쉬움이 짙은 영화로 기억 속에 남게 됐다. /gato@osen.co.kr
영화 '손님'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