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이 나날이 높아지는 인기만큼 라인업의 수준 또한 높였다. 탈락자와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무색할 만큼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출연자들이 등장하며 프로그램의 ‘보는 맛’을 더하고 있는 것.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각각 따끈따끈 떡 사세요,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나 봐요, 달콤 살벌 아이스크림,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라는 이름의 도전자들이 무대에 섰다. 이들의 진짜 이름은 아역 출신 배우 김민희, 가수 정재욱, ‘위대한 탄생’ 준우승자 배수정, 배우 김영호로 모두 반전을 가진 가창력을 통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김민희는 편견 없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낸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TBC에서 KBS1으로 옮겨온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을 맡아, 그 뒤로 40년간을 ‘똑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는 그는 유일한 꿈이 가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만끽하듯, 애절하고도 구성진 음색을 뽐내며 가수가 본업인 이들 못지않은 실력을 공개했다.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정재욱 또한 뛰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픈 사실. 지난 1999년 데뷔해 ‘잘가요’, ‘어리석은 이별’ 등의 히트곡을 남기며 실력을 입증한 바 있는 그는 오랜만의 무대가 낯선 듯 연신 땀을 훔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정재욱은 라이벌인 마실 나온 솜사탕에 패하며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빛바래지 않은 채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에 대한 해묵은 갈증을 해소한 정재욱 본인 역시 “저만의 음악을 계속 선보이며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약속하며 승패에 상관없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별명다운 달콤한 음색을 뽐낸 배수정은 ‘위대한 탄생2’에 이어 다시 한 번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무대에 긴장한 듯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도 그의 매력적인 보컬을 감출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공백기동안 씨스타의 '굿타임', 미쓰에이의 '스턱'을 작곡, 에릭남의 '녹여줘' 작사했다고 밝히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 또한 겸비했음을 알렸다.
마지막 도전자였던 배우 김영호는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이미 연예계에서도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으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 허스키한 보이스와 깔끔한 창법으로 소문대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김영호는 ‘복면가왕’을 위해 TV, 마이크, 노래방 기계를 구입했다며 “노래는 힘들고 지칠 때 내 삶이다”고 노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안타깝게 1라운드에서 떨어진 이들은 모두 승패와 상관없이 보고 듣는 이들을 놀라게 할 만한 실력을 지녔다. 비록 앞으로 ‘복면가왕’에서 네 사람의 무대를 또다시 볼 수 있는 확률은 낮지만, 그곳이 어디든 낮은 울타리로 편견 없이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고대해본다.
한편 '복면가왕'은 복면을 쓴 가수가 편견 없이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