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의 집’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애초의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라는 훈훈한 기획 의도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둔 현재 ‘파랑새의 집’은 온통 싸움과 복수로 가득 차있다.
지난 26일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모 정애(김혜선 분)와 갈등하는 은수(채수빈 분), 길고 긴 소송을 진행 중인 장태수(천호진 분)와 지완(이준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간 전개상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했던 은수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전보다 빠르고 통쾌한 전개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정애는 자신이 은수의 친모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모든 잘못을 은수하게 떠넘기는 등 뻔뻔하게 응수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몰래 딸 은하를 데리고 가출을 감행하는 등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
무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사건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태수와 지완도 문제다. 장태수의 과거 악행과 지완의 부친 죽음에 얽힌 스토리라는 비밀스러운 소재에도 왜인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섭지 않은 악역 장태수와 복수한다고 나섰지만 어딘가 똑 부러지지 못한 지완이라는 캐릭터가 극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터.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진 러브라인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극 초반 회사 상사인 미진(엄현경 분)과 러브라인은 형성했던 지완은 미진이 돌연 미국행을 택한 후, 갑자기 영주(경수진 분)과 엮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지완을 짝사랑해왔던 영주는 지완이 미진과 만남을 가질 때부터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를 받은 인물임에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그의 곁을 맴도는 모습이 다소 어색하다.
더욱이 지완은 여전히 영주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으로 답답함을 더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음식을 한 가득 사서 사무실로 향하던 영주와 마주쳤다. 그는 "사무실 냉장고가 비어 있더라. 밤에 일할 때 배고플까봐"라며 수줍게 말을 꺼낸 영주에게 "아이스크림이 많다.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나보다"라며 엉뚱하게 답했다.
이에 영주가 "그거 전부 다 오빠 주려고 산거다. 아빠 집에 들어왔을 거다. 밤에 사무실에는 오빠 혼자 있지 않냐. 저 가겠다"며 뒤돌아섰지만, 지완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길가에 서있을 뿐이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영주가 "눈치가 없는 거냐. 일부러 저러는 거냐. 여자가 오밤중에 바리바리 싸 가면 나라도 눈치 채겠다. 내가 확 얘기하면 되는데 답답하다"라고 말하는 대사만이 보는 이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파랑새의 집’ 종영까지는 단 4회만을 남겨둔 상태. 4회 만에 거두기엔 은수와 친부모와의 관계, 장태수의 과거 악행, 풀리지 않은 러브라인 등 뿌린 씨앗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가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KBS 2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