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면서, 왜 연인으로는 발전하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소중하면서 한 번도 연인이 될 생각은 못한 걸까? ‘너를 사랑한 시간’ 이진욱과 하지원이 좀처럼 해석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관계를 이어나가며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창작집단 가일 연출 조수원 이하 '너사시')에서는 서후(윤균상 분)와 다시 연인이 된 하나(하지원 분), 그리고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 노력하는 원(이진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원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하나와 재회했다. 그는 한 달 가량 하나를 잊기 위해 산티아고로 여행을 다녀온 상황. 원은 하나가 서후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그렇게 둘은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나는 서후와 일과 연애를 모두 함께 하며 계속 붙어 다녔고, 여전한 설렘을 느꼈다. 이를 지켜보는 원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는 중에도 평소 같지 않게 “보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하나를 그리워했고, “넌 마음 꾹 삼키고 한달 여행 갔다 바로 친구로 지내는 게 어떻게 그렇게 쉽느냐”는 미향(진경 분)에게 “쉬운 거 같아? 쉽지 않아. 노력하는 거지”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평행선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둘은 서로와 함께 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과거 하나와 원은 서로의 졸업앨범 촬영일에 함께 촬영을 해주기로 약속했었다. 원이 군대를 다녀와 하나보다 졸업이 2년늦음에도, 두 사람은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군대에 있던 원은 하나와 사진을 찍기 위해 하나의 졸업앨범 촬영일에 맞춰 휴가를 나왔고, 하나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파리 연수까지 미루고 원의 졸업앨범 촬영장에 나타났다.
방송 말미 파리 연수를 포기한 과거의 하나는 “내 인생에서 너보다 연수가 중요할 수 없지?”라며 연수를 포기하고 원과의 졸업사진 촬영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했지만 그는 “3년 늦는다고 내 운명이 바뀌겠니?”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하나와 원, 서후의 운명을 바꿨다. 하나는 3년 후 연수를 가서 서후를 만났고,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깊은 연인관계가 됐다. 내레이터인 하나의 목소리는 “우리가 함께 하기 위해 한 선택들이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가 된 걸 그때는 알지 못했겠지?”라고 이야기하고, 운명의 장난 같은 전개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나와 원의 관계는 친구들도 인정하는 특별한 사이다. 지켜보고 있노라면 "저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연인이 되지 않앗나?"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 남자와 여자가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은 채 그토록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두 사람이 원망섞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어쩌면 그 특별함이 둘이 서로를 이성적인 인연으로 발전할 수 없도록 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인 것은 하나와 서후의 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서후와 하나는 재결합 후 과거와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깨달아가고 있다. 하나는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서후에게 "배려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서후는 그런 하나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봤다. 하나의 친구 나영(강래연 분)는 "깨진 독은 다시 붙이는 게 아니다. 붙인 그대로 다시 깨지게 돼 있다", "개 버릇 남주느냐. 사람은 안 변한다"며 서후와의 관계에 대해 충고했다. 과연 이 충고는 그대로 복선으로 작용하게 될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기대감을 낳는다.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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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사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