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흥행공식? 새로움 속 익숙함”[MBC 예능국장 인터뷰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7.28 07: 04

요즘 MBC 예능국은 그야말로 전성기다. 모든 프로그램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요일 밤 터줏대감인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금요일 밤을 책임지는 ‘나 혼자 산다’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특히 주말 예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무한도전’은 따로 짚어줄 필요 없이 올해도 굳건하게 왕좌를 지키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식스맨으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고, 2년 만에 돌아온 ‘무도가요제’가 다시 한 번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올 초까지도 ‘일밤’은 부진했었다. 그러나 ‘복면가왕’ 편성이 신의 한 수 였다. 가창력을 드러내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화제를 모은다. 멤버 교체로 시즌 2에 접어든 ‘진짜 사나이’도 또 다른 재미와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일밤’이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지금의 기운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올 연말 연예대상은 치열하고 볼거리가 많은 시상식으로 거듭날 듯하다.
-올해 들어 MBC 예능프로그램이 다 잘되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때가 된 게 아닐까요?(웃음) 그동안 노력해 온 PD들의 정성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난 것 같다. 그 부분을 시청자들이 좋게 평가해준 게 아닌가 싶다. ‘진짜 사나이’ ‘마리텔’ ‘복면가왕’ 등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냈고, 지상파로서 유일하게 최신 트렌드를 잘 잡아냈다.”
-MBC 예능은 늘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
“입사할 때부터 선배들에게 받은 가르침은 ‘남들보다 늘 앞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기들과의 선의의 경쟁과 더불어 MBC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본방침이 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가야 한다. 반 발자국 앞서 나가되 낯설지 않고자 조심한다.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데 프로그램에 새로움과 익숙함이 녹아있어야 한다. 상충되는 이 두 가지를 녹여내는 게 PD들의 어려운 숙제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고 다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적인 사명감이 있다.”
-MBC가 '포맷부자'라는 별명이 있다.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시도하나.
“앞서 얘기했듯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한다. 현장 PD들은 카메라 앵글까지도 새로운 기법을 추구한다. 못 보던 것을 보여주기 위해 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하나의 현상도 남들과 다르게 보려고 노력한다. 참신하고 감동적이면서 대중성까지 잡고 싶다. 어떤 이들은 ‘MBC에 타고난 예능DNA가 있다’라는 말도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새로움을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 익숙한 재미도 찾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후천적으로 체화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 시도가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마리텔’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흔한 레드오션이 되기 전에 떠난다.”
-MBC 예능이 인기가 높으면 타사 예능에서 표절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포맷 저작권이 있긴 하지만 사실 불문율이다.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표절이 아닌가. ‘상도덕이 있는데 왜 따라 하냐’고 묻고 싶다.(웃음) 물론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적은 없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이디어는 궁핍하고, 날짜는 다가오니까 쫓기듯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서로 경쟁하며 한층 나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기조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개척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노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현재 중국에서 우리나라 예능이 인기가 높다. 많은 포맷이 팔리고 있는데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가수’ 시즌 1,2 파이널을 할 때 중국 후난TV에 가 보았다. 열기가 대단하더라. 마치 우리가 옛날에 팝송에 빠져있던 골든 에이지 시절과 비슷했다. 그들이 자신의 문화에 우리 것을 접목해서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가수’의 포맷을 판매할 때 우리가 기본적인 제작 방법을 제공을 해줬다. 조명, 음향, 카메라 감독들이 가서 노하우를 전수했다. 하지만 최근에 ‘무한도전’을 베낀 중국 동방위성TV의 ‘극한도전’은 너무 잘못됐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양심을 걸고 해야 하는데 자막, 카메라 앵글, 아이템까지 모두 똑같이 하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 아닌가. 연출자로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PD들은 나만의 연출 방식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
-10년을 이끌어 온 ‘무한도전’의 원천은 무엇인가.
“끊임 없이 도전하는 힘이 ‘무한도전’의 인기 비결이다. 김태호 PD는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밤을 새더라도 집에 가서 새 옷을 갈아입고 온다. 그 부지런하고 무한한 도전 정신으로 프로그램을 섬세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어도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다른 예능에서는 별 일 아닌 일도 '무한도전'에서 벌어지면 일대 사건이 된다. 제작진으로서 부담스러운 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오래된 와인의 향과 맛이 좋듯 오랜 시간 버텨온 프로그램의 힘이 있는 것이다. 10년 묵은 내공의 힘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굴러가는 힘이 너무 커서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것 같다. 프로그램의 힘이 막강해서다.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그럼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 잘 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무한도전’ 못지 않게 ‘라디오 스타’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가 규현의 팀워크가 좋은데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매력이다. 4명의 MC와 출연자들의 ‘밀당 토크’가 참 재미있다. 제작진은 게스트 한 명당 100페이지에 달하는 조사를 하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을 끄집어 낸다. 최근에는 테마를 가지고 섭외를 하는데 ‘놀러와’부터 쌓아온 스튜디오 토크쇼의 노하우가 집대성 된 것이다. 예능인의 배출소로 자리잡은 ‘라디오 스타’는 앞으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요즘 들어 김구라의 독설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원숙미가 들었다. 축구로 따지면 미드필더가 되면서 수비할 때는 출연자들을 압박하다가, 반대로 공격할 때는 MC나 게스트 모두에게 거친 개그를 서슴지 않는다. 김구라는 제작진과 사이도 좋고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뜻밖의 음악적 지식도 풍부해서 나름의 깊이가 있다.”
-‘라디오스타’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는 화제성 면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가, PD들이 모두 여자라서 그런지 로맨틱 코미디에 나올법한 연애와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가상결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여심을 자극하는 힘이 크다. 설레는 요소가 많다. 출연자들에 대해 부침(浮沈)이 있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이끌어오고 있다. 제작진의 노력과 진부하지 않은 섬세한 연출 덕분이다.”
-‘진짜 사나이2’도 그에 못지 않게 멤버들간의 의리가 좋고, 그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 팀워크 비결은 무엇인가.
“물론 시즌1도 좋았지만 시즌2 멤버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살아났다. ‘가짜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말끔히 씻어냈다. 사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5박 6일 동안 카메라가 돌아간다. 촬영 분량이 가장 많아서 편집하기도 어렵다.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낸 김민종, 최민근, 허항PD와 임원희, 김영철, 정겨운, 슬리피, 이규한 등 출연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SSU(해난해군구조대)편을 할 때 그 현장에 있었는데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니 누구 한 명 할 것 없이 안아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파평산 부대에서 샘킴이 취사병을 맡으며 주방 아주머니와 경쟁 구도를 형성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모든 PD들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후배지만 존경스럽다.”/ purplish@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